한국노총의 위기, 이렇게 본다

한국노총 지도부 총사퇴는 국내 사회가 생각해 볼 또 하나의 심각한 과제를 시사한다.

이남순 위원장 등 지도부는 녹색사민당의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퇴진, 비대위 주도로 6월 초까지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는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이번 총선에서 단 한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한데다가 정당 지지율 또한 당초 기대한 2%에 훨씬 못미치는 0.5%에 그쳐 중앙선관위의 정당 등록취소로 해산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계의 쌍벽으로 민주노총과 상대적 관계에 있는 한국노총의 녹색사민당 역시 민노총의 민주노동당과 성격이 같은 진보정당이다. 이런데도 민주노동당은 원내로 약진하고 녹색사민당은 참패했다. 비록 견줄만한 성과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져도 너무 졌다고 보는 것이 사민당측 판단인 것 같다. 이에 한국노총 관계자가 강경방침의 노선변화를 예고한 것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녹색사민당과 민주노동당은 같은 진보정당이면서도 사민당은 점진노선, 민노당은 급진노선의 정강정책을 표방한다. 노동운동 또한 한국노총은 비교적 온건성 노선인 데 비해 민주노총은 상대적으로 과격성 노선을 지향하였다.

녹색사민당을 만든 한국노총은 58년의 역사를 지닌 노동단체다. 이에 비해 훨씬 일천한 민주노총이 만든 민주노동당 보다 지지도가 비교가 안되게 떨어진 이유가 노동 운동의 선명성 경쟁에 연유를 두어 한국노총이 노선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면 국가사회는 이에 고민해야 할 이유가 있다.

법질서를 지키거나 덜 어기며 주장하는 목소리보다 법질서를 무시하고 드높이는 목소리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국가사회가 되어서는 끝없는 혼란을 자초한다. 만약 한국노총이 전례없는 강경노선으로 치달으면 민주노총 역시 더욱 강도를 높여 노동계는 선명성 경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다.

한국노총이 갖는 착잡한 심경이랄까 분노랄까, 그러한 마음은 능히 이해한다. 하지만 누구든 위법이 용인되는 사회병리현상이 더이상 지속되는 국가사회가 되어선 미래가 어둡다. 100만 조합원을 둔 노동계의 전통적 지주가 새삼 이런 혼란에 뛰어들 것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한국노총은 노동운동의 토양이 지금보다 비할 수 없이 척박한 황무지 시절의 간곤한 가운데도 노동운동을 줄기차게 주도하였다. 오늘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타개하는 지혜와 용기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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