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남북공동으로 신청하자

전세계적으로 149곳이 지정돼 있는 ‘세계자연유산’이 ‘금수강산’이라는 우리나라에 아직 없는 것은 정부의 홍보부족 탓이다.

자연유산은 전세계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을 일컫는 것이다. 유네스코가 ‘세계유산협약’에 따라 지정한다. 자연의 진화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지역, 경관이 수려한 지역, 독특한 지질학적 특징이 있는 지역, 희귀 동식물의 서식처 등이 지정 대상이다. 우리나라에 대상지가 없을 리 없다. 현재 남한의 설악산과 제주도, 북한의 백두산과 구월산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으나 자연유산은 이보다 위상이 훨씬 높다.

몇년 전 정부가 설악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해 신청서류를 유네스코에 제출하려 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설악산만으로는 세계자연유산으로서의 자격에 미달한다는 국제전문가의 평가가 내려져 그 요청을 철회했다. 그 전문가는 ‘금강산과 설악산을 연계하면 자격이 충분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하지만 개발논리에 밀려서인 지 현재까지 설악산과 금강산 일대를 연계하여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지 않았다. 다행히 최근 금강산을 자연유산으로 지정하자는 제안이 금강산 관광종합개발계획 수련회에 참여한 세계관광기구(WTO)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설악산에서 비무장지대(DMZ)를 거쳐 금강산에 이르는 지역을 합할 경우 세계자연유산으로서의 요건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자신한다. 이 지역들은 한반도 백두대간의 허리에 위치할 뿐 아니라 국토 생태 녹지축의 중추기능을 맡고 있다. 산양을 비롯한 희귀 동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기암절벽 등 독특한 지질학적 특성을 가졌다. 사계절이 변화하는 수려한 경관은 세계인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DMZ에는 지난 50년간 인간의 발길이 없이 형성돼온 여러 유형의 습지와 사구(砂丘)가 있다. 생물학적 형성과정의 측면에서도 학술적 가치가 대단히 높게 평가된다.

국토환경보전계획 차원에서라도 ‘설악산-DMZ-금강산’을 연계하는 우리 자연유산은 영원히 보전돼야 한다. ‘설악산-DMZ-금강산’은 세계자연유산으로서의 요건을 모두 갖췄다. 하루라도 빨리 남북공동으로 유네스코에 세계자연유산 지정을 신청해야 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