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정수장 4곳 중 1곳 꼴로 수인성 질병을 일으키는 ‘지아디아’ 소독능력이 기준치에 못미치는 것으로 드러나 수질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지아디아는 현미경으로만 보이는 편모충류의 하나로, 염소소독에 견디는 지구력이 바이러스보다 수십배 강할 뿐 아니라 이 미생물에 오염된 물을 마시면 설사와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커 심각하다.
환경부가 서울대와 함께 지난 2 ~3월 전국 562개 정수장의 정수처리 기준 준비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경기도의 경우 기준미달 상태가 6곳, 인천은 3곳으로 나타났다. 기준에 못미친 정수장들은 7월부터 시행되는 정수처리 기준에 맞춰 배수지나 송수관로를 소독하거나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시설용량이 하루 5천t 미만인 중·소규모 정수장 43곳은 대부분 예산 뒷받침도 없어 시설개선 자체가 불투명하다.
지난 2001년 하남 등 5개 중·소규모 정수장 또는 거기서 물을 받은 가정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이후 마련된 정수처리 기준은 바이러스 제거율 99.99%, 지아디아 제거율 99.9%를 목표로 정했다. 하지만 전국 정수장 중 27%인 146곳이 수인성 질환을 일으키는 지아디아를 없앨 만한 소독 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조시됐다. 또 기준 불만족 정수장 중 82%인 119곳이 수돗물 생산능력이 하루 1만t 이하이고 절반 가까운 69곳이 5천t 이하의 중·소규모 정수장이다.
더욱 큰 문제는 기준 위반을 알면서도 개선 계획 없이 손을 놓고 있는 70여 중·소규모 정수장이다. 새 기준을 시행하기에 앞서 2년의 준비기간이 있었는데도 상당수 자치단체장들이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은 주민들의 건강을 소홀히 여긴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시청·군청 건물 등은 최신규모로 지으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안전한 물을 공급하는 데 예산부족 운운하는 것은 적합지 못하다.
새로 시행되는 정수처리 기준은 소독능력 기준에 미달할 경우 이를 즉시 해당지역 주민에게 공고하여 대책을 세우도록 규정돼 있다.
여름철을 맞아 경기·인천의 정수장들은 맑은 물 생산 시설을 개선하는 가운데 지아디아는 물론 바이러스 완전제거에 주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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