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줄 여(與)’는 4개의 손, 즉 두 사람이 어떤 물건을 주기 위해 두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이다.
갑골문을 보면 이해가 간다. 따라서 ‘여’의 본뜻은 ‘주다’이다. 여신(與信), 대여(貸與), 수여(授與)가 있다. 비슷한 글자로 4개의 손이 수레(車)를 잡고 있는 것이 輿(가마 여), 한마음 한 뜻(同)으로 물건을 들고 일어서는 것이 興, (일어날 흥)자(字)다. 또 擧(들 거)는 興에 손(手)하나가 더 있는 글자이므로 두 사람 이상이 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무엇을 주고 받는 것은 마음이 통하는 사이에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 대상은 가까운 친구나 친척이 된다. 주는 사물도 재화 같은 구체적인 물건이 있고 또 격려, 위안과 같은 정신적인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여는 ‘함께’ ‘친구’ 등의 뜻도 가지고 있다.
‘들 야(野)’는 마을(里)에서 좀 떨어진 (予)곳으로서 본디 ‘들’을 뜻한다. 그 곳은 논밭과 숲이 있어 사람이 사는 마을 보다는 거칠다. 그래서 ‘거칠다’ ‘덜 성숙된 곳’이라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사실 성숙과 미숙의 구별은 대상에 따라 다르다. 사람의 경우, 어른이 아이보다는 성숙하겠지만 문무백관 보다는 미숙하지 않나 싶은 게 일반적인 통념이다.
여기에서 야는 일반 백성들이 사는 민간(民間)을 뜻하게도 되었다. 그래서 민간에 있는 것을 재야, 그런 사람을 야인, 정계를 떠나 민간으로 돌아가는 것은 하야다.
여야는 여당과 야당의 준말이다. 여당이란 곧 집권계층과 ‘친구’, ‘우호적인’당으로 격려와 지지를 보내는 당을 뜻한다. 야당은 국정에 참여하지 않아 집권 계층에 대하여 비판과 함께 다소 ‘거친 공격’을 가한다. 그러나 여당이라고 정부에 대해 무조건 ‘지지’나 하고, 반대로 야당이라고 무조건 ‘공격’만 한다면 올바른 정당이 아니다. ‘대통령 탄핵’이 아직 풀리지 않는 것은 정치를 잘 모르는 탓이다. 여소야대나 여대야소나 본분을 망각하면 공멸한다. 17대 총선 이후 ‘여대’가 된 열린우리당이 들 떠 있는 인상이다. 자제를 당부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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