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확한 대사·낮은 완성도 ‘명품’ 홍보 무색케해…
배우들의 몸짓은 슬랩스틱 코메디를 보는 듯 했고 대사는 부정확해 알아 들을 수 없었다. 마치 무성영화를 연상케 했다.
경기도립극단이 지난 11일 경기도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막을 올린 ‘검찰관’. 러시아 작가 고골리의 원작으로 부조리를 통해 권력층을 풍자하고자 한 이 작품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러시아 연출가 쿠진알렉산드로 세르게이비치를 직접 초빙해 2개월여간 연습과 리허설 등의 일정 끝에 관객과 만났지만 ‘명품’이라 홍보해 온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특히 화법을 빠르게 펼쳐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언어체계는 러시아어가 아닌 우리말로 전이되며 가닥가닥 끊어지거나 단어를 듬성듬성 빠뜨렸다. 원작의 ‘언어유희’가 허공으로 날아간 듯 했다.
지역 연극단체 관계자는 “연출가가 러시아인이다 보니 배우들의 언어 구사에는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다”며 “극이 진행되는 동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 들을 수 없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23일까지 계속된 공연에서 또박또박 대사를 내뱉는 배우들의 노력이 나아지긴 했지만 이 또한 온전치 못해 긴장감은 오히려 떨어졌다.
물론 막이 내리기까지, 3시간여동안 전개되는 극의 흐름을 무리없이 소화한 것은 그간 도립극단이 보여줬던 여타 작품에 비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면모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존의 틀을 넘어 외국 작품과 연출가를 과감히 받아들였다는 점은 보다 시야를 넓혔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과감성이 낳은 문제 또한 적지 않았다. 그 단면 중 하나가 공연 일정 내내 극단의 실질적인 총 책임자인 예술감독이 부재 상태였다는 것. 이에대해 극단 내외에서는 공연 수 주 전부터 휴가를 낸 예술감독에 대해 직책을 등한시했다는 비난과, 애초부터 예술감독을 배제한 이상한(?) 시스템의 작품 선택이었다는 이야기가 공존하고 있다. 어느쪽이든 분명 현재의 극단은 표류하고 있고 이 때문에 아무리 뛰어난 연출가를 섭외했을 지라도 작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들쭉날쭉한 관객 숫자는 극단의 ‘도립’이란 명성을 암울케 했으며,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어떤 날은 100여 객석도 채워지지 않아 썰렁한가 하면 어떤 날은 300여명이 넘는 관객이 몰려 뜨거웠다. 열기의 그 날은 도지사가 카메오 배우로 출연하거나 부지사가 관객으로 객석을 채운 날이 대부분이어서 작품에 담긴 부조리가 공연장으로 옮겨 온 듯 했다.
어찌됐건 도립극단의 제47회 정기공연은 그렇게 막을 내렸고 앞으로 서울과 의정부, 군포 등의 순회공연을 남기고 있다. 미흡한 점은 더욱 보완해 ‘도립극단’이란 이름을 자랑스레 떨치길 기대한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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