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또 발생한 각종 국가시험의 출제 오류는 실로 한심하다. 게다가 문제까지 사전유출돼 할 말을 잃게 한다. 가까운 예로 지난 4월26일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가 14회 공인중개사 시험에서 논란이 됐던 두 문제 중 부동산학개론 문제에 대해 복수정답을 인정한 것은 국가시험 신뢰도에 먹칠을 한 것이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해마다 복수 정답 논란이 일면서 ‘합격자 발표→출제 오류 인정→추가 합격자 발표’를 반복해 왔다.
사법시험의 경우도 최근까지 수험생들이 제기한 소송이 잇따라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서울행정법원은 45회 1차 사법시험에서 불합격한 수험생이 제기한 불합격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2002년에도 대법원은 불합격처분 소송에서 1999년 실시된 41회 1차 사법시험 출제문제 중 4문제에 대해 복수정답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40회 시험 또한 4문제의 복수정답 인정 파문을 겪은 바 있다. 의과대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의사국시의 경우도 매년 문제유출과 관련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문제는 각종 국가 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의 수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관리감독하는 정부 부처가 자주 바뀌면서 시험관리행정이 일관성을 잃고 있는 데서 발생한다.
공인중개사 시험의 경우 건설교통부가 주관하다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2002년 10월 제13회 시험부터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이관됐다. 사법시험도 2002년 고시관련 업무가 행정자치부에서 법무부로 이관되면서 감독관리상의 혼란을 겪었다.
시험문제에 대한 학자들간 상호 검증시스템의 부재도 큰 허점이다. 객관식인 1차 시험의 경우 과목당 3~4명씩의 시험위원으로 구성된 문제선정위원회가 시험 20일 전 문제은행에서 출제 문제를 선정하고 있는 것도 난제다. 선정위원회를 복수로 열고 각각 다른 위원들이 참석해 문제를 선정, 교차 점검하는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 특히 시험 문제 출제와 채점 과정의 투명성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한다.
국가고시 시험 문제 하나 제대로 출제 못한다는 것은 정부의 무능을 드러내는 것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국가시험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는 제도를 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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