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특보의 실언이 사실인가?

문희상 대통령 정치특보의 총리후보 관련 경고 발언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고 싶다. 만약 사실이라면 차기 총리후보의 김혁규 카드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문 특보가 당·청간의 의사 통로로 총대를 메고 나섰을 수는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내의 일부 소장파 반대 기류에 문책론을 들고 나온 것은 심히 적절치 않다.

당 지도부에 소속 의원(당선자)의 집안 단속을 당부하는 한계를 넘어 김혁규 카드의 인준이 좌절되면 지도부의 책임을 묻는 조기전당대회까지 개최하겠다고 한 건 직분의 한계를 일탈했다.

“여당 의원들이 뭘 모른다. 괜한 호들갑을 떨어선 안된다”는 얘긴 당내 어른으로 타이를 수는 있다. 문제는 문 특보가 무슨 자격으로 당 지도부 문책을 거론할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혹시 대통령의 뜻이 그렇다는 간접 신호의 메신저 역할이라 해도 그렇다. 대통령은 평당원이다.

청와대와 여당의 수평적 관계를 정치개혁 차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보아온 사실에 새삼 실망을 금치 못하는 덴 이유가 있다. 당 대표나 총재가 아니면서 당에 행사하는 이같은 압력은 차라리 대표직을 겸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은 인치의 청산이다. 시스템의 작동이 중시돼야 한다. 문 특보의 발언은 이 점에서 아주 부적절하다. 당과 청와대가 시스템에 의해 돌아간다고 보기보단 마치 인치의 권위주의 망령이 되살아 나는 것 같아 섬뜩한 생각까지 든다. 폐쇄적이고 특권적이며 폭압적인 정치문화를 연상케 한다.

열린우리당이 이런 정당이 아니라는 생각에 변함이 있는 건 아니다. 당·청간의 갈등을 부추길 생각은 더 더욱이 없다. 왜냐하면 국민들은 이제 정치의 소모적 양상엔 넌더리가 나있기 때문이다.

김혁규 카드에 재고를 바란 바가 있지만 굳이 강행하겠다면 더 할 말이 없다. 이에 여권이 당내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 또한 능히 가하다. 하지만 시스템을 일탈한 위압적 언행은 삼가야 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순리며, 아울러 여당 의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그들의 판단에 속한다.

궁금한 것은 문 특보 발언의 진의다. 열린우리당의 대국민적 이미지 형성과 관련되는 그같은 실언이 사실인 지를 확인하고 싶다. 이에대한 문 특보의 해명을 듣고 싶은 것은 열린우리당이 개혁 세력을 자칭하는 여당이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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