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과 낙선의 갈림길에서

말도 탈도 많았던 부천시장 보궐선거가 5일 밤 한나라당 홍건표 신임시장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선거 자체는 당선과 낙선자 말고도 지역 사회에 많은 것을 남겨 놓았다.

첫째, 선거는 유권자들을 아주 솔직하게 만든다. 내가 누구를 왜 지지하는지, 그래서 누구를 편들 것인지, 그 사람이 당선될만한지 등 평상시 전혀 찾아볼 수 없던 정치적 소신을 주위 사람들에게 공표한다.

둘째는 누가 약속을 잘 지키는 진정한 ‘의리의 사나이’가 누구인지 바로 드러난다.

7일 눈에 띄는 선거관련 행사가 두 곳에서 동시에 열렸다. 한 곳은 홍 신임 시장의 부천시의회 공식 첫인사와 또 한 곳은 무소속 돌풍을 꿈꿨던 방비석 후보의 선거사무실 해단식이었다.

방 후보 진영에는 민주당 소속의 시의원들이 대거 동참해 선거운동을 도왔다.

시쳇말로 경사는 몰라도 애사를 더 잘 챙기라는 말이 있다. 한마디로 슬픈 일을 더 우선해서 나누자는 말이다. 그러나 해단식장에는 민주당 소속 부천시의회 김관수 의원과 조규양 의원만이 해단식을 준비하며 손님을 맞이했다.

개소식 당시에는 10여명 이상 보이던 시의원들의 얼굴을 찾기 힘들었다.

선대본부 위원장을 맡았던 안동선 전 국회의원과 최선영 국회의원도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셋째로 선거는 딱딱한 이미지의 정통 행정관료를 정치인으로 만들어 놓았다. 해단식을 준비하던 방 후보는 낙선에 가슴 아파하는 선거운동원들을 위로했다. 손수 책상 위의 음료수 병을 치울 정도로 관료 보다는 민심 밑바닥 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난 느낌이다.

이번 선거는 어떤 사람은 애사보다는 경사를 쫒는 사람을 만들었고, 어떤 관료는 선거과정을 통해 민생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항상 처음과 끝이 같은 원칙이 아름다운 정치인을 기대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나만의 기대는 아닐 것이다.

/sk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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