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대리운전 자격증

‘올바른 대리운전자 근무자세는?’이란 시험문제가 있다. ‘①승객에게 웃돈을 요구하는 행위 ②자기의 손님을 목적지 전에 내려주는 행위 ③만취한 승객의 금품을 강탈하고 자수하는 행위 ④교육을 받고 대리운전업체 전문인력으로 근무하는 행위’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선다형이다. 정답은 물론 4번이다. 삼척동자도 알아 맞출 수 있는 시험문제다. 황당하기 짝이 없다. 경찰관들이 회원으로 구성된 사단법인 경찰공제회가 추진하고 있는 ‘대리운전자격 시험 예상문제’의 일부다.

이같은 시험 문항 50개 중 30문제를 맞히면 대리운전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경찰공제회가 만든 수험서에는 대리운전을 학문으로 규정하면서, 경제학, 경찰행정학, 교통분석학적인 측면에서 연구되어지길 기대한다고 적혀 있다. 대리운전을 헌법적으로 고찰한다며 난데없이 헌법의 기본학을 들이대기도 하고 ‘경찰과 대리운전자와 관계’라는 항목에서는 ‘대리운전자 뿐만 아니라 모든 계층의 사람이 경찰의 대상’이라고 적혀 있다. 이해가 안된다.

경찰공제회는 작년 말 기준 회원수가 8만7천800여명에 이른다. 자산이 7천500억원이다. 회원은 현직 경찰관과 경찰서에 근무하는 일반직, 기능직 등 직원이다. 이러한 경찰공제회가 대리운전자들에게 임의의 교재로 교육을 시킨 뒤 응시료를 받고, 법제화도 안된 ‘대리운전자격증’을 발급하는 것은 객관적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경찰공제회측에서 만든 교재를 사서 봐야만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고 하니 부조리가 따로 없다.

경찰공제회측은 지난 달 국무조정실이 ‘제2단계(2004~2006) 교통사고 줄이기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대리운전자 제도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15만명으로 추산되는 전국 대리운전자들에게 수험교재를 판매하고 자격증발급 기관의 위치를 선점, 영리를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교재에서 대리운전과 직접적 관계가 없거나 황당한 내용은 적절치 못하다. 경찰청의 조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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