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버스들은 광역버스를 빼고도 3천800대가 넘는다. 교통망에서 서울과 경기도를 따로 분류할 수 없는 여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서울시가 단행한 대중교통체계 전면 개편이 오히려 혼잡을 유발한 것은 인접 시·도간 사전 협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1천만 서울시민을 위한 교통개편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같은 생활권을 가진 다른 수도권 주민은 고려하지 않은 데서 마찰이 생긴 것이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엇박자가 빚은 대표적인 부작용은 지하철 정기권이다. 서울시는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후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지하철 월 정기권을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철도청과 협의 없이 시가 단독 결정함에 따라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인천지역 대중교통 이용자들은 정기권 혜택을 볼 수 없게 됐다.
서울 강남대로의 중앙버스 전용차로 이용 자제 요구도 비슷한 경우다. 서울시가 정차시간이 긴 경기도 버스들의 운행행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경기도와 협의 없이 강남대로에서 중앙버스 전용차로제를 시행, 연일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서울시는 혼잡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경기지역 14개 노선 버스를 가로변 하위 버스차로를 이용토록 하는 등의 급조된 대책안을 마련했으나 버스 이용자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
서울시는 “출입문이 하나인 경기도 버스는 승객이 타고 내리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가로변으로 뺀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서울 버스의 이익과 서울시민 편의만을 위한 조치였음은 이미 모두 드러났다. 경기 도민의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이번 교통체계 변경처럼 일방적으로 시행할 경우, 수도권 교통정책을 둘러 싼 불협화음과 민원은 계속 발생할 게 뻔하다. 따라서 건설교통부· 서울시·경기도·인천시가 공동 협의하는 수도권 교통체계 통합 관리 기구 설립이 절실히 요청된다.
미국의 경우 중앙정부 차원의 독립된 교통정책 결정기구인 교통·도시계획기구(MPO)를 운영하여 상당히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인구 2천3백만명이 살고 있는 수도권 전반의 버스와 지하철 등 교통전체를 총괄하는 기구 설립은 빠를 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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