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위’ 의문의 성명, 정권 입장인가?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남파간첩 등 비전향 장기수에 대한 민주화 기여 재확인을 이 정권이 묵과하는 것은 결국 좌파 정권임을 자인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는 이 정권의 진보주의 성향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믿지는 않았다. 보수주의와 자본주의가 수정돼야 할 오만을 일깨우는 파트너십으로 알았고 또 개혁은 그같은 작업을 말한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좌파도 서구식 좌파가 아닌 낡은 이념성을 드러내는 재확인이 공공연히 묵인되는 덴 거듭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유신정권 시절 교도소에서 불법 강제전향에 대해 항거해 민주화에 기여한 것’이라는 의문사위의 성명을 통한 입장 재확인은 실로 황당하다. 민주화는 자유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유신독재나 군사독재에 항거한 투쟁을 말한다. 자유민주주의에 반한 공산주의 혁명을 위해 남파된 간첩 등 장기수가 민주화에 기여했다면 그 민주화는 뭘 의미하는 지를 묻는다. 그러한 민주화 해석이 대한민국 헌법과 나라를 세운 건국의 정체성에 합치되는 지에 의문을 갖는 것이다. 비록 그 시기가 유신정권 시절이고 또 전향의 권유에 불법이 있었다 하여도 국내 민주화 투쟁 개념과는 전혀 별개인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단순히 인권침해를 당했다 하여 민주화 기여일 수는 없다. 반국가사범에 이 나라 헌법이 정한 양심의 자유를 말하는 것은 나라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헌법정신을 심히 왜곡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또 사노맹 출신 조사관들이 허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고위 장성과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조사한 것 역시 의문사위가 뭐라고 말해도 잘못된 것은 역시 잘못이다. 우리는 그들의 복권된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니다. 그러나 직분의 적합성이란 것이 있다. 우리보다 인권이 더 발달된 나라에서도 국가기관에서 직분의 적합성을 따지는 게 인권을 경시해서가 아니다.

도대체 나라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느냐는 게 민중사회의 많은 의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진보주의나 좌파 개념은 국가의 정체성 안에서 함께 한다. 만약 이를 일탈하여 국헌을 문란케 한다면 화두가 달라진다. 의문사위의 의문된 발상을 이 정권은 정리해 보여야 할 책임이 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