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제2연륙교 교각 사이 넓혀라

신도시를 건설할 경우 처음 개설하는 2차선, 4차선 도로는 매우 넓어 보인다. 그러나 수년이 지난 뒤 도로변에 고층건물이 들어서고 교통이 번잡해지면 애당초 2차선은 4차선, 4차선은 6차선 또는 8차선으로 개통했어야 할 것을 하고 후회하게 된다. 50년은 커녕 10년 후도 내다 보지 못한 것을 탄식한다. 최근 인천 제2연륙교 다리의 간격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것이 꼭 그와 같은 현상이다.

총 공사비 1조300억원을 들여 건설하는 인천 제2연륙교는 송도경제자유구역과 인천국제공항을 연결하는 길이 12.3㎞, 왕복 6차선 다리로 올해 착공해 2008년 완공할 계획으로 있다. 한데 인천시 선주협회, 도선사협회 등으로 구성된 인천항 발전협의회가 현재의 설계대로 제2연륙교가 설치되면 선박운항에 위험이 초래할 것이라며 설계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제2연륙교의 선박통행을 모의실험한 결과 교각과 교각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아 22회운항 중 13차례나 위험상황에 직면했고, 2차례는 다리와 충돌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며 연륙교의 교각과 교각사이 간격을 현행 700m에서 1천m 이상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엔 타당성이 있다.

인천항에 입항하기 위해서는 제2연륙교를 통과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2연륙교가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건설될 경우 선박들이 운항을 꺼려 인천항이 크게 위축될 것은 뻔한 일이다. 반면 인천시는 다리의 간격 문제는 2년 전에 쟁점화됐다가 전문가들 사이에 정리된 만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설계를 변경할 경우 4천억원 가량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되는 데 이렇게 되면 투자회사인 영국의 아멕사가 발을 뺄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천시의 공사강행 방침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불상사다. 더구나 “인천항발전협의회가 제시한 위험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실험한 결과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선박운항에는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안전불감증의 도를 넘어섰다. 무릇 모든 공사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서 설계돼야 한다.

특히 4천억원의 추가비용을 아끼려고 40조원에 달하는 인천항 시설을 졸속으로 만들 수는 없다. 공기가 문제 아니다. 제2연륙교 교각 간격은 안전도 제고와 함께 반드시 더 넓혀 건설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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