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전반에 걸친 안전불감증이 1999년 어린이 등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성 씨랜드 화재 사건’처럼 포천의 한 민박집에서 대형 인명사고를 일으킬뻔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한 중학생의 침착한 구조활동(본보 24일자 19·18면)으로 인명 피해는 적었지만 초등학생 1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지고 10여명이 부상을 당한 참사를 빚었다.
서울 수유리 B교회 성경학교 어린이·인솔교사 등 90여명이 2박3일 일정으로 캠프를 간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의 한 민박집 3개동 중 남학생 33명이 3개 방에서 나눠 자고 있던 B동에서 23일 새벽 화재가 발생한 것은 예견된 불상사다.
우선 무허가 건물이라는 점에서 단체적으로 어린이 캠프 등을 여는 데 적합치 않다. 산 속으로 1㎞ 가량 들어간 야산 정상에 있는 이 민박집은 허가 없이 건물을 지은 뒤 캠프에 참가하는 어린이들의 숙소로 사용해 왔다. 더구나 불법건물 내부는 불에 약한 합판 등 목재로 돼 있고 소화기마저 한 대도 비치돼 있지 않았다.
B동에서 불과 1m 떨어진 야외 화장실, 그것도 목재건물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촛불을 켜둔 것은 화재를 자초한 셈이다. 20명이 넘는 인솔 교사들이 화재 현장과 수십m 떨어진 다른 동에서 별도로 묵고 있었다면 도의적 책임을 면키 어렵다. 적어도 2~3명의 교사가 각동에서 학생들과 함께 있어야 했다.
대형 민박집이 소방안전 사각지대인 것도 심각한 문제점이다. 문화관광부는 지난해 10월 지방자치단체에 ‘관광펜션업 지정 세부지침’을 시달하면서 객실이 8실 이상인 민박집과 7실 이하라도 농어촌 민박집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 숙박업 신고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경관이 빼어난 지자체들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 펜션 및 민박집 등에 대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포천시 산정호수 주변은 도시계획 구역 밖에 위치해 60평 미만 주택을 신축할 경우 건축법상 허가나 신고대상이 아니어서 펜션 및 민박집 수와 규모조차 정확히 모르는 실정이다. 현재 포천지역에는 7개 마을이 민박 마을로 지정돼 있으나 단 한 차례도 소방 및 위생점검을 받지 않았을 정도다.
강력한 관련법 제정, 시행만이 민박집에서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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