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사형제도를 폐지하자?

연쇄살인 용의자 유영철이 부유층 노인과 출장 마사지 여성 등 시민 22명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26명을 죽였다”는 검거 초기 진술이 정확한 수치인 것 같아 더욱 소름 끼친다. 천인이 공노하는 살인사건이 밝혀지자 좋은 말 잘 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좌절감은 곧 폭력성으로 이어진다”며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마련되지 않으면 유씨의 연쇄살인과 같은 강력범죄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힌다.

그는 중1 때 아버지가 사망했고, 고등학교 때부터 수감생활을 했는데 인생에서 가장 민감한 시기에 사랑을 받지 못하고 수감돼 좌절감을 느끼며 자란 것이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원인이 된 것 같다고 진단한다. “21세부터는 사회에서 지낸 기간보다 교도소에서 더 오래 있었다. 20대 초반 결혼했지만 2년 전 이혼 당한 후 더욱 고립감에 시달렸다. 그런 외로움을 내적으로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확인을 요구했을 것”이라며 ‘살아있음을 확인하려는 범행’이라는 말도 한다. ‘섬뜩한 소외가 빚은 참극’이라는 동정론도 나온다. 그러니까 이 사회가 범행을 초래했다는 얘기다. 심지어 살인 행각을 옹호하는 ‘팬카페’도 개설한 얼빠지고 정신 나간 네티즌들도 있었다. 아마 ‘성선설(性善說)’만 알고 ‘성악설(性惡說)’은 모르는 모양이다.

청소년 시기에 애정결핍이나 좌절감을 경험했다고 모두 반사회성 인격 장애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그보다 훨씬 그늘진 곳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이 많으며, 그들은 지금 성실하게 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더구나 윤영철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시체의 지문을 도려내고 유전자 감식을 피해 범행중 실수로 흘린 피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범행 현장에 불을 지르는 등 가증스러운 치밀함을 보였다. 시신을 전기톱으로 토막내고, 범행현장을 몰라보게 청소한 그를 ‘정신 이상’자로 생각하는 건 무리다. 게다가 이번 살인극은 우발적 범행이 아니다. 따라서 이 범죄를 특정 질환 탓으로 돌리면 안된다. 이미 이 부류의 질환자들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고통스런 삶을 살고 있다. 사건이 발생할 때 마다 신경정신 질환을 언급하는 것은 사회의 편견을 조장할 뿐 아니라 환자들을 두번 울리는 행위다.

경찰 얘기는 다음에 하겠다. 문제는 사형제도다. 아무리 극악한 죄를 지었다고 해도 신(神)이 주신 생명을 인간이 심판할 수 없다는 종교적 폐지론과 마땅히 죄에 상응하는 값을 치르게 하고 사회로부터 완벽하게 추방해야 한다는 폐지반대론이 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명을 징계 수단으로 삼는 것은 지나치고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형제도 대신 200년 징역형 등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그렇다. 우리 사회에서 극악한 범죄를 격리시키기 위해서는 상징적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형제도가 존속해야 한다. 살인이나 잔혹한 수법으로 인간의 생명을 다룬 사람에게 국가가 마지막으로 적용할 수 있는 형벌이 사형제도다.

타인의 목숨을 앗는 살인을 저지른 자는 그의 목숨을 거두는 것이 당연한 응징이다. 정의의 관념에 맞는다. 그렇게 정의의 칼이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있을 때 살인이라는 부정의를 저지르는 일이 일어나지 않거나 줄어든다.

과거에도 고재봉(1963년)·김대두(1975년)·지존파(1994년)·온보현(1994년)·막가파(1996년) 사건 등 엽기적인 살인 범죄들이 있었지만, 피해자 숫자는 이번이 가장 많다. 당시에도 살인범들은 인명을 해친 것을 반성하기 보다 “불평등한 사회적 모순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등 범죄의 원인을 사회 탓으로 돌린 궤변과 간계를 늘어놨었다. 하지만 무고한 인명을 잔혹한 수법으로 죽이고 토막을 냈거나 심지어 생매장한 살인범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이다. 인권은 인간을 존중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이다. 계획적인 살인행위는 스스로의 인권을 함께 죽인 행위다. 물론 전과자라는 낙인 속에서 일자리를 찾고 주변의 인정을 받으며 건전한 인간으로 살아 가기는 쉽지 않을 게다. 그렇다고 자신의 상황을 사회나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고, 더구나 살인에 기댄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살인범이 ‘공공의 적’이라는 데 이견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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