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를 해롭게 하는 불량품은 식품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개탄하고 있을 만큼 국내에 저질 약품이 유통되고 있다.
실제로 수년 전 입원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수액(일명 ‘링거수액’)에 육안으로도 확인될 수 있는 불순물이 들어 있다고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적이 있었다. 만일 의료용 수액이 마시는 것이라면 당장 고열과 배탈이 나서 구토나 설사 형태로 부작용이 나타나겠지만 당장 목숨을 잃지는 않는다. 그러나 링거수액은 혈관을 통해 체내에 주입되는 약제이기 때문에 서서히 증세가 나타난다고 한다.
이 약제에 불순물이 섞여 수액과 함께 체내에 들어가면 미세혈관을 막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는 얼마 전 온 나라를 들끓게 했던 ‘불량 만두’에 비해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이 수십 배 강하다. 그러한 경고성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보냈음에도 불량 링거수액 사건은 그저 한 차례 끓어 오르다가 국민의 기억에서 멀어져 갔다.
포장 두부에도 콩의 원산지를 밝히고 야채나 생선도 그 원산지를 표기토록 돼 있다. 하물며 환자가 쓸 의약품인 경우 백배, 천배 정밀 검사를 거쳐 품질이 철저히 관리돼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의약품의 품질 관리가 식품보다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고 한 저명 의사의 고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내 의약품의 원료가 얼마 만큼 순도가 높은 것인 지, 원료를 어떠한 상태에서 구입, 반입했는 지 소비자는 전혀 알 길이 없다. 더구나 요즘은 뇌졸중의 원인이 되는 PPA함유 감기약의 수거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의 적지 않은 회사들이 최고의 원료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의료계에서조차 그 사실을 믿기에는 제품의 가격이 너무 싸다고 우려한다. 값 비싼 원료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국내 의약품은 소비자인 병약자 편에서 의약품의 가격보다는 품질을 좀 더 세심하게 챙겨 저질·불량의약품은 생산하지 말아야 한다. 값이 싸면서도 질 좋고 안전한 약을 환자들에게 처방하고자 하는 의사의 소망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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