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없는 강력계 형사는 형사일 수 없다

강력범이 강력계 형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맨주먹이기 때문이다. 살상·납치·강도 등 허다한 강력사범이 늘면서 범죄 수법 또한 더욱 흉포화해 간다. 민생불안의 사회위기 수준이 높다.

이런데도 강력사범을 잡는 강력계 형사를 강력범들이 무서워 하기는 커녕 되레 죽인다. 서울 서부경찰서 강력계 형사 2명이 또 강력범의 흉기에 찔려 순직했다.

이같은 불행이 이번만의 일은 아니다. 서울만의 일도 아니다. 서울과 동일 범죄권역인 경기 경찰도 이런 위험에 노출돼 있다. 크게 보면 전국의 경찰이 다 같은 입장이다.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의 총기사용 규정은 결과론적 탁상공론이다.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거나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자를 체포하기 위해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는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될 때 외에는 총기 사용을 제한한다’는 규정은 철폐하거나 개정돼야 한다.

현행범 또는 용의자 체포 단계에서 수사를 다 마쳤거나 재판이 끝난 상황의 참작을 주문하는 것은 사문화될 수 밖에 없는 조문이다. 통상적으로 조폭이나 살인사건 용의자 등이 흉기 소지가 확실할 때만 총기를 소지케 하는 관행 역시 돌발 사태엔 방어가 불가하다. 총기 사용을 위해서는 상부의 서면 결재를 받아야 하고 총을 쏘고난 뒤엔 감찰을 받아야하는 지금같은 풍토에서는 맨주먹 형사밖에 될 수 없다. 강력범의 위해로부터 항상 노출돼 있게 마련이다.

일부의 언론에도 책임은 있다. 총을 쏘아 도망치는 강력범을 잡으면 다리를 맞추지 몸통을 맞췄다며 총기 남용이라고 비난하고, 다리 맞추기가 난감한 경우가 생겨 총기 사용을 자제하면 또 총들고 범인을 놓쳤다고 야단이다.

이래 저래 공권력의 추락은 사회 불안을 심히 가중한다. 반항하는 범죄 용의자는 좀 적극적으로 대응해도 옹호하는 사회 인식이 요구된다. 경찰조직의 상부층에서 이에 대해 민원이 제기되면 귀찮게 여겨 일선 경찰관만 힐책하는 통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애로 또한 시정돼야 한다.

경찰관의 직무 수행에서 업무상 정당한 집행과 현저한 인권유린은 구분되어야 한다. 이 두 개념에 대한 혼돈이 지금과 같은 공권력 부재를 자초해 강력범이 설치는 틈새가 되고 있다. 강력계 형사의 총기 소지 및 사용은 각자의 판단과 책임에 맡겨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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