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건설위원회 김안제 위원장이 실로 해괴한 발언을 했다. 천도 논리가 겨우 그 정도라니 대다수 국민이 반대를 안할 리 없다. 외교통상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만약 (서울이 수도인 상태에서)남북간 전쟁이 일어나서 (경기도)평택 쯤에서 휴전이 된다면 인구는 50%, 국력은 70% 이상이 빠져 나가게 된다”고 말했으니 전쟁이 나 평택서 휴전하게 될까봐 수도를 옮기겠다는 얘기다.
”미국이 9·11 테러로 무역센터 2개동이 폭삭 내려 앉았지만 미국 경제가 전지역에 골고루 발전해 있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도 했다. ‘전쟁시 (수도권을 포함한) 서울 포기 가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지금까지 정부 여당이 주장한 수도 이전의 논거는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토의 균형 발전 두 가지였다. 그러나 김안제 위원장이 추가한 논거는 전쟁 발발시 평택 이남으로 수도를 옮기면 설령 북한군이 그 이북을 점령해도 국력의 상당 부분은 보존된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경계 설정을 곧이 곧대로 받아 들인다면 주한 미군 재배치의 최전선이 되는 평택 이북은 북한에 내줄 수도 있다는 잠정적 결정이다. 이런 패배주의적 발상으로 수도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니 경악스러운 노릇이다.
“서울·경기·인천이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강원도 등 지방은 고사 직전이다. 서울과 경기권이 잘 살아서 지방에 해준 것이 뭐가 있느냐. 위대한 수도 사람에게 깨끗한 물을 먹이느라 돼지도 기르지 못하게 하는데 수도권 사람들은 보조도 안해 주고 있다”는 말도 거리낌 없이 했다.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포기하는 수준을 넘어 적대시하는 망언이다. 그렇다면 충남 연기·공주군의 금강, 미호천 상류 주민들은 돼지를 맘대로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가.
서울대가 ‘독종’이라 지방으로 이전하기는 어렵고, 600년만의 천도는 하늘의 선택이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30년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를 지낸 사람의 양식이라고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황당한 내용이어서 가치는 없어도 문제점은 심각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 또한 김 위원장의 말과 같은 것인 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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