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 차기

‘제기’는 엽전이나 구멍이 난 주화(鑄貨)를 얇고 질긴 한지나 비단으로 접어서 싼 다음 양끝을 구멍에 꿰고 그 끝을 여러 갈래로 찢어서 너풀거리게 한 것인데 주로 정초에 즐기는 어린이 놀이기구다. 제기는 한 사람씩 차기도 하고 여러 사람이 모여서 마주 차기도 한다. 지역마다 이름이 조금씩 다르지만 서울에서는 한번 차고 땅을 딛고, 또 차고 땅을 딛고 하는 제기 차기를 ‘땅강아지’, 두 발을 번갈아가며 차는 것을 ‘어지자지’, 땅을 딛지 않고 계속 차는 것을 ‘헐렝이’라고 한다.

제기를 잘 차는 사람은 한 가지만으로 몇 백까지 차기도 하는데 차 올린 제기를 머리 위나 어깨로 받아서 한참씩 다리를 쉬거나 발 안쪽과 바깥 쪽은 물론이고 발등과 발뒤축 또는 무릎으로 차는 재주를 부리기도 한다. 이 놀이는 고대 중국에서 무술을 연마하기 위하여 행하던 ‘축국(蹴鞠)’에서 발전된 것이라고 한다.

축국은 넓은 마당에 높은 장대를 여러 개 세워 그 위에 망을 치고 털로 싼 가죽공을 여러 사람이 다투어 차서 공을 망 위에 얹는 결과로 승패를 짓던 것이었다. 뒷날 공에 바람을 넣어 사용하게 돼 이름도 축구(蹴毬) 또는 타구(打毬)로 바뀌었다. ‘구당서(舊唐書)’에 고구려 사람들이 축국을 잘하였다는 기록이 있고, 신라의 김유신이 축국을 빙자하여 김춘추의 옷고름을 밟아 떼어 누이인 문희(文姬)에게 이를 달게 하여 두 사람의 인연을 맺게 하였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실려 있다. 조선 말엽 홍석모(洪錫謨)가 쓴 ‘동국세시기’에 “장년과 소년들이 축국놀이를 하는데 공이 탄환만 하여 위에는 꿩털을 꽂았다. 두 사람이 상대하여 서로 마주 차는데 계속하여 차서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훌륭한 기술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 놀이가 삼국시대부터 널리 행해져 왔음을 알게 한다.

최근 경기도의사회가 ‘범국민 건강 제기 차기 운동’에 나선 것은 제기 차기가 전신운동으로 비만 등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고 집중력 향상은 물론 심폐기능과 체력 향상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돈도 안들어가니까 전통놀이 계승 차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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