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활동을 접고 라이브 무대에만 서겠다고 지난 연말 선언했던 가수 김건모가 1년 6개월만에 9집 앨범을 들고 팬들 곁으로 찾아온다.
“유학 온 느낌이에요. 여의도를 떠나서 새로운 것을 찾아보겠다고 시작한 유학같은 것 말이죠. 이젠 공연에 모든 걸 걸기로 했으니까요” 오는 9월 1일 앨범발매를 앞둔 그를 서울 양재동의 연습실에서 만났다.
“그전에는 그냥 ‘핑계’면 ‘핑계’, ‘제비’면 ‘제비’ 그것만 불렀잖아요. 이번에는 전체적인 흐름으로 들어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얘기도 가사에 많이 녹여 냈거든요”이어 “요즘 젊은 가수들은 R&B가 너무 많잖아요. 저는 팝을 고수했죠. 사운드는 다양하면서 흥겹고 빠른 노래를 많이 담았어요. 가사도 쉽고 직접 공연에서 부르기 좋은 노래들 말이죠”라는 설명이 잇따른다.
실제로 이번 앨범에는 그의 음악적 상표와도 같은 애잔한 발라드가 두 곡밖에 실려 있지 않다.
나머지는 보사노바, 재즈, 댄스 등 흥겨운 곡들로 채워졌다. 타이틀곡 ‘잔소리’는 삶이 묻어나는 발라드인 7집 히트곡 ‘미안해요’의 연장선상에 있는 노래. 그는 “오래 사귀던 여자와 헤어진 남자가 당시에는 때론 지겨웠던 잔소리까지도 그리워하면서 아파하는 그런 노래”라고 설명한다.
그의 음악 파트너이자 작곡가인 최준영과 임기훈이 만든 이 곡은 “정신없이 살다보니까 내가 너무 무심했던 것 같아/내 삶의 공기처럼 당연히 내곁엔 니가 있을줄 알았어/지겹던 너의 잔소리가 오늘밤 너무 그리워”란 절절한 가사가 김건모 특유의 심금을 울리는 음색과 조화를 이뤄내고 있다.¶마지막까지 ‘잔소리’와 타이틀을 놓고 경합을 벌인 발라드 ‘흐르는 강물처럼’은 김건모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가려진 세월속으로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흐르는 저 강물위에 나의 거짓없는 사랑을 띄워 버리고 떠나리’란 가사의 이 곡을 설명하는 그의 눈이 일순간 젖어보인다.¶그는 “가사가 정말 끝내주지 않아요? 그게 인생인 것 같아요. 나중에 다 가져가나요? 버리고 가는 거죠”라면서 “참 50-60이나 돼서 할 생각을 벌써 하다니…. 그러니까 애늙은이란 소리를 듣나봐요”라며 너스레를 떤다.¶첫 곡 ‘여자들이란’은 10년전 레게 열풍을 몰고 왔던 출세곡 ‘핑계’를 연상케하는 리듬감이 느껴지는 노래. 빠른 리듬에 풍자적인 내용을 담았다.¶완벽한 남자를 바라는 여성들 사이에서 소외감과 배신감을 느끼는 평범한 남자들의 ‘꽁한’ 이야기를 코믹하게 표현했다.¶4번째 수록곡 ‘경매’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날씨는 무지하게 화창한데 주말엔전화 한통 오지 않고/무심한 카드연체 문자만이/모두들 웰빙 열풍 몸짱인데 나홀로배만 나와 배짱이네”란 내용으로 ‘공짜라도 나 좀 사가라’며 자신을 경매에 내놓은노총각 아저씨’의 처량한 신세를 그리고 있다.¶자작곡으로 차안에서 즐겁게 들을 만한 곡 ‘타임’도 마찬가지. 그 중에서도 가장 흥겨운 곡은 뮤직비디오로 제작된 ‘Mr.빅맨’이다.¶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보사노바와 재즈의 흉내를 조금씩 낸” 노래인 ‘사랑이 날 슬프게 할 때’와 ‘가족’도 앨범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곡이다.¶앨범에 수록된 11곡을 듣고 있노라면 그의 목소리가 더욱 깊어졌다는 것을 알수 있다.¶“일부러 그렇게 만드는 건 아닌데 해가 갈수록 목소리가 굵어지고 허스키해지네요. 저 스스로는 더 좋은 것 같아요. 저음에서는 굵어지는데 고음에서는 ‘빽빽’하는 찢어지는 소리가 났었거든요. 굵어진 데에는 아마 술 담배도 영향이 조금은 있겠죠. 후후” 새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아파트’, ‘빗속의 여인’ 등 리메이크 곡을 실었던 김건모는 이번에는 그룹 사랑과 평화의 ‘장미’와 홍민의 ‘석별’을 재해석했다.¶특히 ‘장미’는 ‘토크박스’라는 악기를 입에 물고 불러 ‘장미’란 발음이 ‘즈앙미’로 들리게하는 등 에코 사운드가 독특하다.¶그가 활동의 전부를 걸었다는 라이브 공연은 기획사 라이브플러스(02-522-9933)와 함께 9월 10~12일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첫 스타트를 끊는다.
이후 대전, 부산, 부천, 대구 등 전국 15개 도시를 돌며 연말까지 30회의 공연을 열 계획이다.
제목은 공연을 매년 이어가겠다는 의미를 담아 ‘라이브리그’라고 붙였다. 음반 발매와 동시에 신곡 위주의 공연을 하겠다는 건 모험일 수도 있다.
아는 노래가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서 흥겨움의 정도가 달라지는 게 콘서트란 걸 감안할때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곡 위주 공연을 하겠다는 그에게서 음악적 자신감과 낙천적 성격의 여유로움이 흠뻑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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