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건설공구를 털린 노동자들

“피해자들에게 미안합니다. 그리고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24일 오전 안산경찰서 형사계 사무실. 건설현장을 돌며 공구을 훔친 절도 용의자와 이 용의자로부터 훔친 공구를 싸게 매입한 뒤 비싸게 되팔아온 공구상 등 4명이 머리를 숙인 채 조사를 받고 있었다.

이들이 손아귀에 넣은 건설공구는 8t 화물트럭으로 1대 분량이 넘을 정도다. 피해자중에는 현장을 떠돌며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노동자들도 포함돼 안타까움이 더했다.

이들에겐 단지 몇푼 나가는 건설공구일지 몰라도 건설공구 주인들인 건설현장 노동자들에겐 수십년동안의 피와 땀이 묻은 소중한 물건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건설공구를 털린 탓에 절망도 하고 낙담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그나마 어렵게 얻은 일자리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전국 건설현장을 무대로 절도행각을 벌여온 이들은 교도소 수감중 알게 된 사이로 지난 2월 처음 만나 안산시내 건설현장에서 건설공구 20여점을 훔치는 등 최근까지 6개월여동안 42차례에 2억3천만원 상당의 건설공구를 훔쳐 팔아 왔다.

경찰은 전국적으로 건설공구 도난사건이 계속 늘고 있어 피해는 더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에게 건설공구를 털린 노동자들은 허탈해 할 여유도 없이 건설현장을 떠나야만 했다.

6개월에 걸친 이들의 범죄 행각은 백일하에 드러 났지만 일자리를 잃고 가족들 앞에서 속내를 털어 놓을 수 없었던 노동자들은 타버린 속을 쓸어 내려야만 했다.

김씨 등은 비록 경찰에 검거된 뒤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지만 최악의 경기 불황에 일자리를 잃은 건설현장 노동자들에겐 그들의 속절 없는 후회가 한가닥 말장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구재원 기자

kjwoo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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