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지정리사업이란 게 있었다. 1970년대다. 영농의 기계화를 위해 논 두렁이 많고 높낮음이 심한 논을 한꺼번에 고르게 정리하는 사업이다. 지주가 여러 사람인 논을 묶어 조합단위 사업으로 실시했다. 이윽고 경지정리사업을 마치면 논이 바둑판처럼 반듯 반듯한 게 보기에도 여간 좋은 게 아니다. 그런데 분할이 문제다. 네 논, 내 논의 경계가 없어졌으므로 논을 새로 갈라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말썽이 잦았던 것은 힘깨나 쓰는 유지급 조합원은 위치가 좋은 곳을 배정받곤 하였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많은 논이 대지로 잠식되면서 상황은 바뀐다. 이른바 문전옥답으로 배정받은 유지급 논은 값이 별로인 데 비해 힘없는 조합원이 변두리에 받은 논은 금값이 된 예가 많았다. 아파트나 상가 같은 대규모 건물 신축이 동네와 좀 떨어진 곳이 으례 적지로 꼽혔기 때문이다.
토지구획정리사업이란 게 또 있었다. 밭을 대지화하는 데 이 또한 조합을 만들어 실시했다. 역시 바둑판 같은 대지로 다 만들고 나면 지주들이 땅을 나눈다. 도로, 하수도, 어린이 놀이터 등 공공용지로 편입된 감보율을 제하고 원래의 소유면적 비율로 땅을 나누는 데 여기서도 힘 있는 사람과 힘 없는 사람에 따라 차별이 은근히 가해진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또 달라진다. 처음부터 좋은 곳을 배정받은 땅이 먼저 개발된 것은 좋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이에 비해 선 개발에 따라 후 개발이 착수된 변두리 땅은 선 개발로 인해 땅 값이 덩달아 치솟아 더 큰 재산 가치가 형성되곤 했다.
화성시 동탄지구 상업용지 낙찰을 좋은 곳에 받게 해 준다며 자그마치 3억원을 A4용지 상자에 받아 챙긴 토공 간부가 구속됐다는 보도를 보면서 예전의 비슷한 그런 일이 생각나 경지정리사업과 토지구획정리사업을 장황하게 사례로 들었다.
‘인간사 새옹지마’라는 데 거액을 뇌물로 준 사람들도 딱하다. 지금은 상가로 좋을 지 몰라도 나중엔 지금 덜 좋은 곳이 더 좋은 곳으로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과욕은 화를 부른다. 인간사는 이래서 길게 보면 공평한 것인 지 모른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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