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역도산.올겨울 애니메이션.블레이드3

세상을 가졌으나 웃지 못했던…‘슬픈 영웅’ 力道山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잠잠했던 영화계에 15일 ‘역도산’(감독 송해성)이 대박의 꿈을 품고 관객들을 만난다. 한국에는 프로레슬러 김일의 스승 정도로만 알려졌지만 역도산은 일본에서는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신화와 같은 존재다.

해성 감독에게 역도산은 여느 영웅들과는 다른 영웅인 듯하다.

전후 일본을 복구하는 데 한몫 단단히 한 영웅, 혹은 결혼반지까지 가짜였던 모사꾼으로 평가가 엇갈리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그가 매 순간 너 아니면 내가 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삶을 살았던 인물이라는 것. 스스로 밝히고 있듯 감독은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역도산이라는 한 남자의 치열한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영화가 영화계 안팎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단지 ‘대단한’ 실존인물을 소재로 택하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18㎏이나 몸무게를 불리면서까지 열연을 펼친 명배우 설경구와 국내 영화에는 처음 출연하는 스타급 일본 여배우인 나카타니 미키, ‘파이란’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헤집고 다녔던 송해성 감독의 이름값에 ‘살인의 추억’, ‘말죽거리 잔혹사’, ‘범죄의 재구성’ 등 명가 싸이더스가 제작을 맡았다는 사실은 손가락을 꼽으며 개봉일을 기다리게 만든다.

뻑뻑한 빵을 우유 없이 먹는 듯, 혹은 꽉 막힌 헬스클럽에서 장시간 앞만 보고달리는 것처럼, 영화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에피소드와 바로 한 치 앞이 눈에 보이는 구성으로 지독스럽게 평범한 영웅담을 그려냈다.

다른 무도 영웅들과는 달리 ‘쇼맨십’이 넘치는 인물로 알려졌던 역도산은 이 영화 속에서는 이보다는 잔뜩 눈에 힘을 준 담백한 인물에 가까운 편. 그의 삶도 (작지 않은)큰 실패와 큰 성공만 반복하며 비슷한 종류의 다른 스포츠 영화에서 봐왔던대로 고난과 극복, 성공과 불안의 과정을 그대로 밟아간다.

레슬링 경기 장면도 그다지 스타일 없는 평범한 화면으로 일관하고 역도산(설경구)과 부인 아야(나카타니 미키)의 러브스토리도 그렇게 설득력이 있지 않다.

때는 1963년 일본 도쿄의 밤거리. 거센 빗길을 다급하게 달리는 차 안에는 역도산이 거친 숨을 뿜어내고 있다. 시뻘건 피로 물들어가는 하얀 와이셔츠, 피는 배를 움켜쥔 역도산(설경구)의 손 위로 새어 나온다.

피흘리는 역도산의 모습으로 시작한 영화는 과거인 50년대로 돌아가 세상을 다 가졌지만, 웃지 못했던 이 남자 역도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50년 역도산은 랭킹 3위에 오른 스모 선수다. 순수 일본인이 아니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는 없다는 말에 그는 난동을 부리고 결국 스모를 포기한다. 스모밖에 할 게 없었던 역도산. 하루 하루를 술에 취해 보내던 그는 어느날 운명처럼 레슬링을 만난다.

그에게 레슬링은 스모와는 다른 ‘세계’의 스포츠. 역도산은 연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왔듯,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향한다.

2년 후, 프로레슬러가 되어 금의환향한 그는 일본에서 프로레슬링 사업을 시작한다. 모두들 반신반의한 상태에서 열린 첫 레슬링 시합. 많은 사람의 우려와 달리시합은 흥행에 성공하고, 전쟁 패배로 실의에 빠져있던 일본인들은 역도산이 미국선수들을 때려눕히는 광경을 보며 환호를 내지른다. 점점 국민적인 영웅이 되어가는 역도산. 하지만 세상을 다 가졌다고 생각한 순간 그의 삶도 어긋나기 시작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37분.

■올겨울, 애니로 따뜻하게~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관객이라면 이번 겨울은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듯 하다. 따뜻함과 웃음을 전해줄 대작 애니메이션이 줄줄이 개봉하기 때문.

15일 개봉하는 디즈니-픽사의 ‘인크레더블’부터 24일 개봉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24일 개봉하는 톰 행크스 주연의 ‘폴라 익스프레스’, 내년 1월 7일 개봉하는 드림웍스의 ‘샤크’까지. 애니메이션 대국인 일본과 미국의 대표 선수들이 제작한 만큼 애니메이션이 갖고 있는 다양한 매력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인크레더블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의 픽사가 디즈니와 손을 잡고 만든 작품이다.

주인공은 초능력을 가진 미스터 인크레더블. 영웅으로 활약하며 악당을 물리치던 그는 평범하게 살라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보험회사원으로 지루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자신의 초능력이 필요하다는 사람을 만난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찰랑대는 등장인물의 머리카락부터 실사 영화에 뒤지지 않는 표현까지 볼거리로 가득하다. 순간의 웃음을 포착해내는 특유의 유머로 영화를 보는 내내 배꼽을 잡게 만든다.

2)폴라 익스프레스=아이들을 위한 한 편의 동화같은 이 작품은 산타를 믿지않는 소년이 북극행 열차인 ‘폴라 익스프레스’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으로, 잘 알려진 반 알스버그의 동화를 원작으로 했다.

실사 배우들의 연기와 표정을 디지털로 잡아내는 새로운 기법 ‘퍼포먼스 캡쳐’를 도입해 한 장면 한 장면이 살아 움직이는 동화책처럼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톰 행크스가 1인 5역을 맡아 열연했다.

3)하울의 움직이는 성=일본에서 연일 흥행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미야자키 하야오표 수공예 애니메이션’인만큼 세밀하게 공들인 흔적과 그만의 상상력으로 꽉 차있다.

19살 소녀 소피는 어느날 마법에 걸려 90살의 노파로 변신한다. 소피는 마법사 하울을 만나고 움직이는 마법의 성에서 모험을 겪는다. 일본 그룹 SMAP의 멤버 기무라 타쿠야가 하울의 목소리 연기를 연기했고 감독의 전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음악을 맡았던 히사이시 조도 작업에 참여했다.

4)샤크=‘슈렉’ 시리즈로 애니메이션의 새 장을 연 드림웍스가 갱스터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접목한 작품으로 작은 물고기 오스카와 상어 대부 돈 리노의 한판 승부를 재치있게 담았다.

‘슈렉’에서 봤던 대중문화에 대한 풍자와 패러디가 이 작품에서도 잘 살아있다. 윌 스미스와 로버트 드 니로, 안젤리나 졸리, 르네 젤위거 등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가 참여해 보는 재미뿐 아니라 듣는 재미도 있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는 속설이 있지만, 최근 수없이 많은 속편들이 제작되면서 예외도 종종 생겨나고 있다. ‘블레이드3’도 그 중 한 편으로 기록될 만한 영화이다.

15일 국내 개봉되는 ‘블레이드3’는 ‘블레이드’ 시리즈의 완결편으로, 전편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던 ‘블레이드2’ 못지 않은 재미를 준다.

일단 ‘블레이드’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특유의 화려한 액션과 탄탄한 구성이 그대로 살아있다. 이는 ‘블레이드’와 ‘블레이드2’의 시나리오를 썼던 데이빗 S 고이어가 직접 메가폰을 잡은 덕이 크다.

그는 강력한 액션을 ‘MTV’ 스타일의 화려한 영상에 군더더기 없이 풀어내 감독으로서의 능력도 발휘했다.

이야기 자체는 ‘블레이드’나 ‘블레이드2’와 별반 다를 바 없이 평범하다. 복잡한 복선이나 상상을 초월하는 반전도 없다. 블레이드와 뱀파이어의 대결이라는 ‘간단한’ 설정 외에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간단, 명료하다.

낮에도 돌아다닐수 있는 뱀파이어의 제왕 ‘드레이크’가 등장해 블레이드와 최후의 대결을 벌인다는 것이 기본 줄거리. 굳이 철학적 심오함이나 진지한 비장미를 덧칠하지 않았다.

주인공이 무게를 잡으며 멋진 대사를 내뱉을 만한 시점에서 의외의 위트있는 대사로 웃음을 전하기도 한다.

뱀파이어 진영에서 뱀파이어의 제왕을 등장시켰으니, 이에 ‘블레이드’도 홀로 맞서지는 않는다.

‘블레이드’는 오랜 동반자 휘슬러를 잃지만, 그의 딸인 애비게일(제시카 빌)과 한니발 킹(라이언 레이놀즈)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역시 주인공 웨슬리 스나입스의 건재함이 ‘블레이드3’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의 존재는 다른 ‘흡혈귀 액션’ 영화들과 내용상 큰 차이가 없음에도 ‘블레이드3’에 특별함이 느껴지게 한다.

한국인 아내를 둔 할리우드 액션스타 웨슬리 스나입스는 ‘블레이드3’에서 더욱 강하고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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