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배추 농사가 잘 돼서 배추 값이 말이 안 되게 낮아 배추재배 농가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여름에는 잦은 비 때문에 평지의 배추가 잘 안 되어 높은 지대에서 배추를 재배한 이들은 크게 소득을 올렸다고 한다.
여름에 배추 시세가 좋았던 것 때문에 배추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난데다 올 가을 기상이 배추재배에 좋았기 때문에 배추가 남아돌 정도로 잘 되어 배추 값이 폭락한 것이다. 시골에 다녀 보면 아직도 뽑지 않은 배추가 눈과 서리를 맞고 있다. 참 보기에 민망한 장면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중국산 김치까지 더 많이 수입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에 중국으로부터 수입된 김치는 2만9천t 이었는데 올해는 벌써 그것이 5만8천t으로 늘었다고 한다. 나라 안에 배추가 남아도는데 김치 수입량이 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것이 현실이니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이 사실을 걱정하면서 어떤 이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김치에 대해 중금속과 농약잔류량을 더 철저히 조사하고 김치의 원산지표시를 엄격하게 관리해 소비자들이 김치를 살 때 원산지를 살펴 되도록 국내산 김치를 사도록 하자고 제언하고 있다.
이 제언은 얼른 듣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실효가 별로 없을 것이다. 첫째, 중국에서 들어오는 대부분의 김치가 중금속으로 오염되었을리도 없고 물에 여러번 씻어 만든 김치에 눈에 띌 만큼 농약이 잔류하는 경우가 그리 많을리 없을 것이다. 둘째, 중국산 김치에 중국산이라고 표시를 분명히 해도 중국산 김치를 살 사람은 사게 되어 있다. 지금 중국산 김치를 사는 것은 대부분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요식업소들이다. 경기가 안좋아 음식 값을 올릴 수 없는 판국에 값이 싼 중국김치를 제쳐두고 값이 비싼 국산김치를 사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세관에서 검사를 강화하는 것은 실효도 못 거두면서 인위적으로 수입장벽을 높인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것만 먹자고 하는 것도 썩 자연스럽지 않을 것이다. 교역에 있어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면 자타가 공인하는 정당한 방법을 써야 할 것이다. 중국산김치와의 경쟁에서 정당하게 이기는 방도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김치 이야기가 나오면 늘 우리나라가 김치 종주국이라고 한다. 김치를 오랫동안 많이 먹어왔다는 면에서는 단연히 김치종주국일 것이다. 그러나 김치의 질에 있어서도 반드시 종주국인지를 차분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우리 김치는 그 품질 면에서 확실히 세계 으뜸인가. 아전인수(我田引水) 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이치를 가지고 따져보자.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김치의 맛은 규격화되어 있는가. 어떤 것은 너무 시고, 짜고, 맵고… 김치는 발효식품이라면서 발효가 거의 되지 않은 김치도 버젓이 식탁에 오른다. 어떤 식당에서 김치를 먹을 때 “아, 이거야. 이게 진짜 김치 맛이야” 할만한 김치를 한 해에 몇 번이나 먹을 수 있는가.
우리 동네에 한 식당이 있다. 외식할 때에는 꼭 그 식당에 간다. 늘 잘 익은 김치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 식당에는 손님이 많다.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김치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고. “김치는 꼭 제가 담그고 관리합니다. 똑같은 김치 맛을 지키기 위해서요.” 이런 사람은 값싼 김치로 손님을 대접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산 김치를 이기려는가. 품질로 이기려 해보자. 배추나 무를 기르는 과정에서부터 김치를 담그고 발효시키고 관리하는 데까지 면밀한 체계를 세워보자.
/홍 종 운 토양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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