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박사’ 핸드폰

자석식전화, 공전식전화가 있었다. 지금의 자동식전화가 있기 전이다. 자석식 전화는 전화기 안에 자력을 일으키는 손잡이를 돌렸다. 송수화기가 따로 있었다. 광복전 장면의 영화에서 흔히 나온다. 공전식전화는 1960년대 자동식전화가 나오기 이전에 있었던 걸로 송수화기를 그냥 드는 것이었다. 자석식이나 공전식이나 전화국의 교환수에게 상대편 번호를 알려 연결해 주어야 통화가 가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교환수가 필요없는 자동식전화도 처음엔 다이얼을 돌렸다가 돌리는 것도 시간이 걸리고 귀찮아져 이젠 버튼을 누르게 됐다.

전화로 사람을 찾는 일명 삐삐라는 호출기가 처음 나왔을 때 굉장하다고 여겼다. 직장마다 삐삐를 필수품처럼 알았던 것을 이동통신인 핸드폰이 보편화 된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핸드폰의 기능도 다양해졌다. 폰 뱅킹, 폰카메라 등 이밖에도 많아 핸드폰 하나가 족히 사무실 구실을 할 정도다.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또 지그비(ZigBee)란 게 나오는 모양이다. 외출중에 집안의 갖가지 가전제품을 핸드폰에 달린 리모컨 작동으로 예컨대 문단속도 하고 밥도 짓고 텔레비전이나 전등도 켰다 껐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전자제품연구원이 이같은 무선통신기술의 시연을 얼마전에 선보여 실용화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전에도 적외선을 이용하는 이와 비슷한 무선통신기술이 있긴 하였지만 전력이 많이 들고 통신거리가 짧아 보편화되지 못했던 단점을 지그비가 해결하여 앞으로 시판되면 또 불티날 전망이다.

놀라운 것은 지그비를 응용해 만든 원격 검침기로 옥외에서 수도나 전기 등의 사용량을 정확히 포착해 낸다는 점이다. 이젠 집에 사람이 없어도 검침원의 검침이 가능할 날이 멀지 않았다. 또 차를 타고 가거나 길을 걸어가면서도 핸드폰을 이용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한 휴대인터넷 시제품이 삼성전자와 전자통신연구원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되었다.

새 무선통신 기술의 발달은 홈네트 워킹 제품 개발을 잇따라 가져와 또 무엇이 나올 것인 지 실로 상상을 불허한다. 경복궁에 고종 황제 어용의 궐내 전화가 이 땅에 처음 가설됐던 게 약 100년 전이다. 당시 최신 문명으로 꼽혔던 전화를 지금 보면 지극히 원시적이다. ‘만물박사’화 하는 핸드폰 이용기술의 발달이 근래들어 굉장히 발 빠르다는 생각을 갖는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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