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안양문화재단 설립 조급함 버려야

안양 주민들의 문화예술 지평을 새롭게 열 안양문화재단이 내년 상반기중 출범할 예정이다. 하지만 문예 진흥을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재단 설립계획은 첫걸음부터 주민들로부터 멀어진 느낌이다. 얼마 전 처음 열린 토론회에는 시의원 및 시민단체 관계자 등 패널과 주민 등 60여명만 참석했고 여기서 많은 문제점이 제기됐는데도 재단 설립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고작 한차례 썰렁한 토론이 재단 설립의 통과의례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설립 과정에서 지역 예술인과 전문가, 많은 주민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설립된 문화재단이 과연 얼마나 주민들의 문예욕구를 충족시킬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시는 이미 조례를 입법 예고까지 했다. “전문가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 계획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시의 앞과 뒤가 맞지 않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지금 많은 지역 예술인들은 재단 설립을 확실시하고 밀어 붙이는 시의 저돌성에 적잖은 의문과 걱정스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구나 문화재단 이사장 등 조직 분할에 대한 우려와 퇴직 공무원을 위한 설관(設官)에 대한 의구심, 이에 따른 엽관(獵官) 현상은 아직 숙제로 지적된다.

숱한 격론과 숙의를 거쳐 재단설립의 빗장을 푸는데만 1~5년이 소요된 성남과 인천 등의 사례는 그런 점에서 크게 참고할만 하다.

한편 문화재단을 또 다른 ‘시설관리공단’으로 인식하는 일각의 우려도 치밀하게 다시 검토돼야 한다. 문화재단에 넘길 평촌아트홀 등 시설물 3곳을 현 시설관리공단에 관리를 맡기는 방안을 모색하고 동시에 경영면에서 다소 저급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공단 운영 전반에 걸친 획기적인 개선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조급함 때문에 애물단지를 만드는 우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

/이정탁기자 jtlee@kgi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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