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클리어링 (The Clearing).투 터프 가이즈.신석기블루스

■클리어링 (The Clearing)

남편이 묻는다. “날 사랑해?” 아내가 대답한다. “네.” 남편이 다시 말을 잇는다. “내겐 그거면 충분해.”(영화의 엔딩장면)

내년 1월 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클리어링’(The Clearing)은 심리 스릴러 영화다. 네덜란드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기업가 납치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로버트 레드포드, 윌렘 데포, 헬렌 미렌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했고 ‘러브액츄어리’ ‘물랭루주’ 등에서 감각적인 음악을 선보였던 크레이그 암스트롱이 음악을 맡았다.

남편이 묻는다. “날 사랑해?” 아내가 대답한다. “네.” 남편이 다시 말을 잇는다. “내겐 그거면 충분해.”(영화의 엔딩장면)¶내년 1월 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클리어링’(The Clearing)은 심리 스릴러 영화다.¶네덜란드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기업가 납치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로버트 레드포드, 윌렘 데포, 헬렌 미렌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했고 ‘러브액츄어리’ ‘물랭루주’ 등에서 감각적인 음악을 선보였던 크레이그 암스트롱이 음악을 맡았다.¶영화 ‘인사이더’ ‘히트’ 등을 제작한 피터 얀 브루게의 감독 데뷔작이다. 영화는 성공한 기업인 웨인 헤인즈(로버트 레드포드)가 출근길에 납치되면서 시작된다.

그의 아내 일레인(헬렌 미렌)은 웨인에게 저녁에 손님을 초대했다며 일찍 귀가할 것을 부탁한다.

손님이 오고 식사가 끝났지만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내는 실종신고를 내고 FBI가 사건에 가담하면서 극이 전개된다.

남편 웨인을 납치한 사람은 실직자 아널드 맥(윌렘 데포)이다. 그는 예전 웨인의 회사에서 일하다가 해고됐다. 아널드는 웨인에게 “나는 심부름꾼이다. 당신을 납치한 사람은 따로 있다. 나는 숲 속 산장까지 당신을 데려다 주는 임무를 맡았다”며 거짓말을 한다.

영화는 숲속 산장으로 끌려가는 웨인과 납치범 아널드와의 하루 동안의 이야기와 웨인의 행방을 찾으려고 FBI와 함께 분주하게 움직이는 일레인과 자녀들의 몇 주동안의 에피소드를 병치하면서 전개된다.

웨인을 찾는 과정에서 숨겨진 그의 사생활이 드러난다.

웨인은 여전히 정부(情婦)를 만나고 있었다. 웨인의 회사에 근무했던 그의 정부는 일레인의 종용으로 회사를 떠났지만 그 이후로도 웨인과의 만남을 지속하고 있었던 것. 절망하는 일레인. 웨인은 그의 두 자녀에게 “아빠는 엄마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다. 일레인은 FBI요원에게 웨인과 정부와의 관계를 숨겨달라고 부탁한다.

한편 산장으로 가는 웨인과 아널드는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아널드는 장인 집에 얹혀 살며 아내를 출근시키는 실업자의 고통을, 웨인은 젊은 날 성공을 위해 일에만 매달려 가족과 함께 할 수 없었던 과거를 얘기한다.

웨인은 아내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깨닫는다.

산장으로 가는 길에서 아내에 대한 사랑을 더 확실하게 느끼는 웨인과 납치보다더 충격적인 남편의 사생활에 절망하는 일레인. 영화는 마지막 부분에서 이들의 소통을 이야기한다.

웨인은 아널드에게 아내에게 쓴 편지를 부쳐줄 것을 부탁하고 일레인은 남편이 아널드에게 죽임을 당한 뒤 그 편지를 받는다. 편지의 내용은 “내 사랑은 변함없어”다.

영화 제목 ‘The Clearing’은 우리 말로 ‘확실히 하기’ 정도가 될 것이다. 남편의 사랑을 의심했던 아내에게 남편의 편지는 미소며 기쁨이다.

영화 ‘클리어링’은 스릴러 영화지만 드라마에 더 충실하다. 영화에서는 가족과 사랑, 삶의 고통 등 우리네 인생이 그대로 녹아 난다. 쫓기 쫓기는 스릴러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적격이 아니다.

그러나 극장을 향하면서 박진감보다 감동과 여운을 기대하다면 스릴과 감동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클리어링’에는 여성들에게 판타지를 자아내는 미남배우 로버트 레드포드는 없다. 그러나 삶의 역경을 이기고 자수성가한 기업인을 눈과 표정으로 그대를 담아 내는 주름살 많은 노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있을 뿐이다. 영화에 대해 굳이 흠을 잡자면 다소 지루할 수 있다는 점이다.

■투 터프 가이즈

다소 모자란 인물들이 한탕을 노리고 범죄를 모의한 탓에 그 과정이 엉망진창이 되고마는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상업영화의 소재로 사랑받아왔다.

31일 개봉하는 스페인 영화 ‘투 터프 가이즈’ 역시 그런 영화다. 메이드인 할리우드가 아닌 까닭에 영화는 매우 독특한 분위기다. 돈 냄새도 안나고 세련되지도 않았다. 게다가 주인공 남자들이 워낙 볼품 없어 관객들 역시 처음부터 그들을 신뢰할 수 없다.

하지만 영화는 예상된 수순을 밟지 않는 덕분에 끝까지 시선을 붙드는데 성공한다. 속도감 있게 몰아붙이는 연출이 웬만한 허점은 넘겨버리게 한다. 직업이 킬러라지만 성공률이 거의 제로인 40대 아저씨 파코와 체면이나 눈치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대책없는 말라깽이 청년 알렉스.

두 사람은 백만장자 장인의 유산을 차지할 속셈으로 아내를 납치해 달라는 한 남자의 의뢰를 받고 사건에 뛰어든다.

그런데 엉뚱하게 젊은 창녀 타티아나가 처음부터 끼어들어 얼결에 이들은 삼인조가 된다. 물론 이들의 범죄 전개 과정은 초장부터 망가진다.

설상가상으로 납치극은 의뢰인의 사기로 밝혀지고, 일당은 여인을 곱게 풀어준다. 문제는 그 여인이 마피아의 두목이라는 사실. 전세는 역전돼 이 마피아 두목의 추격전이 펼쳐지고, 비밀을 간직한 타티아나를 쫓는 또다른 세력이 가세한다.

영화는 얼굴에 끔찍한 화상을 입히고 손목을 싹둑 자르는 잔혹성도 갖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날렵한 블랙코미디의 즐거움을 준다.

이 영화의 수입사가 영화를 코엔형제의 ‘파고’와 비교하는 것은 그 때문. 타티아나 역을 맡은 엘레나 아나야는 ‘반헬싱’에서 섹시한 드라큘라 신부로 출연했던 인물. 이 영화에서도 소녀 같으면서도 섹시한 묘한 매력을 풍긴다. 예상대로 전개되지 않는 범죄 상황극의 기본적인 요건을 비교적 만족시키는 영화다.

■신석기블루스

한날 한시에 태어난 두 남자가 있다. 둘은 이름도 같고 심지어 직업도 같다. 이쯤되면 사주팔자가 똑같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웬걸. 둘은 생김새가 다르고 성격과 건강, 인간성이 다르다. 자연히 누리고 있는 인생도 판이하게 다르다.

할리우드판 ‘인생극장’을 그린 ‘나비효과’가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가운데, 그 바통을 이어 30일부터는 극장에서 ‘신석기’ 버전의 ‘인생극장’이 펼쳐진다.

뭐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잘생긴 신석기(이종혁 분)는 기업 M&A 전문 변호사다. 매력적이지만 이기적이고 안하무인이다.

반면 뭐하나 가진 것 없는데다 못생기기까지한 신석기(이성재 분)는 서민들의 송사를 해결하는 변호사. 볼품 없지만 정 많고 따뜻하다.

이 두 사람이 불가사의한 엘리베이터 사고로 서로의 몸을 바꿔치기 당한다. 그나마도 한 사람은 의식불명이 되고 한 사람만 간신히 깨어나는데, 깨어난 이는 잘생긴 신석기. 그러나 불행히도 그의 몸은 180도 달라져 있다.

졸지에 생김새가 달라진 것도 억울한데, 그 생김새 때문에 어디를 가도 박대를 당해 도무지 옛 권력과 부를 되찾을 길이 없다.

게다가 꼼짝없이 적응해야 하는 못생긴 신석기의 인생은 바퀴벌레가 드글드글한 서민 아파트에, 수임료 한푼 제대로 못받는 지지리도 가난한 변호사. 이성재는 자신의 열번째 작품에서 연기의 폭을 대폭 넓히며 배우로서의 욕심을 한껏 부렸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천식까지 있는,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약골인데다가 추남 중에서도 추남으로 변신한 그는 스스로 그러한 변신이 무척 즐거운듯 스크린에서 아주 편안한 모습이었다. 구부정한 자세에 팔자걸음, 뻐드렁니에 파마 머리는 생각보다도 훨씬 임팩트가 강했다.

그의 그러한 모습은 어처구니가 없지만, 거부감 없이 캐릭터로의 몰입을 안내한다. 9편의 작품을 거치면서 키워진 내공이 꽃을 피우는 기회를 만난 것. 우스꽝스러운 분장 탓에 자칫 가볍게만 치달을 수 있었던 영화가 그나마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주연배우 스스로가 ‘알 깨기’의 희열을 만끽한 때문이다. 덕분에 영화에서는 어느 정도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또 이종혁의 연기도 눈길을 끈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권상우를 괴롭히는 선도부장으로 출연했던 그는 ‘잘나가는 신석기’를 맡아 관객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신석기 블루스’는 매순간 다음을 예상할 수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비교적 재치있는 소재이고,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호흡이 일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더 이상 새로움은 없는 것. 탱고까지는 아니어도 탭댄스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을텐데, 영화는 마치 기본 스텝만 밟는 약식 왈츠 같다. 너무 안전한 길만 택했다.

결론은 물론 개과천선. 신석기가 순진하고 착한 회사 안내 데스크 여직원(김현주 분)을 통해 사랑에 눈을 뜨고 참된 인생에 눈을 뜨는 과정은 예정된 수순을 밟으며 무난히 흘러간다. 그렇기 때문에 딱히 지적할 것도 없지만 이성재의 성공적인 변신 이상으로 감흥을 일으키는 것도 없다.

외모에 대한 편견을 꼬집고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외치는 이 영화는 무해하다. 그런 무해함이 반드시 맛과 직결되지는 않지만 존재 가치를 상실한 영화들이 종종 등장하는 극장가에서는 그것 역시 미덕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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