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오션스 트웰브.쿵푸허슬.철수♥영희

■오션스 트웰브

원래 올스타전은 팬서비스다. 결과가 뭐 그리 중요한가. 코트(혹은 그라운드)에 스타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중은 행복해지기 마련. 올스타전의 성패는 몇 대 몇으로 이기고 지느냐가 아니라 경기 도중 스타들이 얼마나 많은 팬서비스를 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니 룰을 좀 어기면 어떤가.

또 중간에 개인기를 보여주느라 옆길로 살짝 빠진다 해도 누가 뭐라하겠는가.

영화 ‘오션스 트웰브’는 딱 그러한 관객들의 너그러움을 믿고 만들어진 영화다. 문제는 너무 믿었다는 것.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캐서린 제타 존스, 줄리아 로버츠, 뱅상카셀, 앤디 가르시아…. ‘일레븐’에서 ‘트웰브’가 된데는 전편의 ‘방관자’ 줄리아 로버츠가 이번에는 ‘일당’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CG(컴퓨터 그래픽)도 스펙터클도 없지만 영화는 배우들의 면면만으로도 충분히 화려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이 섹시하고 세련된 미소를 뽐내며 차례로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순간 낭만주의의 함정에 빠지게 마련이다. 잘 만들어진 CF를 보는 것 같은 기분. 그러나 그러기엔 지나치게 길다.

찰나의 감성에 소구해야 하는 CF를 2시간 5분 동안이나 펼쳐 놓았으니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밖에. 아무리 올스타쇼라지만 영화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우를 범하면서 초반의 매력을 끝까지 가져가지 못한다.¶전편 ‘오션스 일레븐’에 비해 외양은 화려해졌으나 속은 부실해져, 몸집을 키우느니만 못하게 된 격이다.

3년 전 라스베이거스의 거물 테리 베네딕트(앤디 가르시아 분)의 금고를 턴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과 그의 일당들은 1억6천만달러를 나눠 갖고 뿔뿔이 흩어졌다. 그런데 그만 일이 꼬여 이들이 1억6천만달러에 이자까지 더해서 베네딕트에게 갚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3년 만에 재회한 일당은 또다시 한탕을 계획하는데 이번에는 출발부터 녹록하지 않다. 유로폴의 수사관 이사벨(캐서린 제타 존스)과 자신이 최고의 도둑임을 자처하는 ‘밤 여우’(뱅상 카셀)의 추적과 방해 공작이 만만치 않은 것. 사상 최대(관계자들이 생각하기에) 올스타쇼의 향연에 너무 취한 까닭인지, 오션과 일당들은 상영 1시간이 지난 시점에야 작전을 개시한다.

치밀하게 작전 계획을 세우고 불가능할 것 같은 계획을 아슬아슬하게 성공시켜 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전편이 추구했던 재미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선언. 대신에 곳곳에 이 영화만이 할 수 있는 패러디를 삽입해 재미를 주려했다.

극중 테스 역의 줄리아 로버츠가 ‘할리우드 스타 줄리아 로버츠’를 흉내내는 기막힌 상황을 보여주고, ‘엔트랩먼트’에서 캐서린 제타 존스가 보여준 ‘레이저 경보기 피하는 묘기’를 뱅상 카셀이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소화한 장면은 압권. 카메오 출연한 브루스 윌리스를 앞에 두고 “‘식스 센스’의 결말을 처음부터 알았다”는 등의 흰소리를 늘어놓는 것도 상쾌하다.

하지만 이렇듯 곁가지로 쳐 놓은 것이 많다보니 영화는 정작 핵심 사건으로의 몰입에는 실패했다. 전반적으로 찰기가 떨어져 낱알이 점점이 흩어져나가 끝에 가서는 도무지 무슨 맛인지 와닿지 않는다. 7일 개봉, 12세 관람가./연합

■쿵푸허슬

역시 주성치의 매력은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화면 곳곳에서 녹여내느라 그는 이번에도 무척 바빴다.

거대한 자금력까지 동원할 수 있으니 그는 분명 복 받은 ‘개그맨’이다. 전작 ‘소림축구’에 이어 ‘쿵푸허슬’ 역시 철저하게 ‘주성치표 블록버스터’로 탄생했다.

1940년 상하이는 일명 도끼파가 득세한다. 도끼를 잔혹하게 휘두르는 이들 조폭들이 설치면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소심한 건달 싱(주성치 분)은 먹고 살기위해 도끼파에 가입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만 싱으로 인해 빈민촌인 ‘돼지촌’이 도끼파에 의해 쑥대밭이 되고 만다. 주성치 전매특허의 과장된 코믹 액션은 여전히 유효하다. 부부싸움 도중 아내의 펀치에 창문에서 추락한 남편이 땅에 쥐포처럼 붙어 피를 흥건이 흘리는 모습이나, 만화 같은 추격전 등은 황당무계한 재미를 준다. 키치적인 웃음도 빼놓을 수 없다.

‘매트릭스’는 와이어를 철저하게 감추지만 ‘쿵푸허슬’은 와이어 쓴 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또 독사에 입을 물렸지만 죽지는 않고 입술만 큼지막하게 부어오른다거나, 아이 얼굴에 근육질 어른의 몸을 합성해 버젓이 내놓는 것도 주성치답다.

게다가 ‘사자후(獅子吼)’를 표현한 대목에서는 두손 두발 다 들게한다. ‘사자후’를 무기화한 그의 발상이 기막히다.

와중에 몇몇 아이디어는 자본과 결합해 멋진 CG로 탄생했다. 특히 음악이 곧 칼날이 돼 공격하는 장면은 압권. 거문고 비슷한 악기를 켜니 그 음들이 하나하나 주먹과 칼과 무사로 변해 공격하는 장면은 순간 넋을 빼게한다.

언제나 서민의 편에 서 있는 주성치는 이번에도 돼지촌의 보잘 것 없는 면면들 속에 고수들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때마침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이 숨어 사는 영웅들을 그렸는데, ‘쿵푸허슬’에서는 도끼파의 공격을 받자 돼지촌에 숨어 살던 무도인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성치가 악당에 맞서는 익숙한 수순. 그런데 뭔가 달라졌다. 상당히 잔인해졌다. 목이 뎅강뎅강 잘려나가고 피가 사방으로 튄다. 여전히 허허실실 전법이지만 표현이 많이 거칠어졌다. 이 점에서 영화는 전작 ‘소림축구’와 같은 듯 하면서도 사뭇 다른 길을 걷는다. ‘절대 고수’들의 세상을 그리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표현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일까. 물론 ‘소림축구’에서도 그는 축구공으로 사람을 만신창이로 만드는 파괴력을 선보였지만, 이번에는 한발자국 더 나가 처절한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다. 뒷맛이 개운하지만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13일 개봉, 15세 관람가.

■철수♥영희

초등학생들의 깜찍한 사랑얘기를 담은 ‘철수♥영희’가 7일 개봉한다.

‘꼴찌에서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의 황규덕 감독이 13년만에 메가폰을 잡아 연출한 이 영화의 제작비는 웬만한 영화의 마케팅비도 안되는 3억여원. 여주인공 영희역을 맡은 아역 여배우를 제외하고는 실제 촬영지인 대덕초등학교의 학생들이 출연했으며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됐다.

투박한 화면과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가 눈에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는 거대예산 영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포근함이라는 매력을 담고 있다.

영화 속 아이들은 다른 영화의 아역에 비해 그다지 영악하거나 똘똘하지 않아 보인다. 통통한 체격의 남자아이 철수는 못말리는 장난꾸러기지만 어눌한 녀석이며 영희도 조숙하긴 하지만 어른 흉내를 내는 맹랑함은 없다.

영화는 이 평범한 아이들의 사랑이야기를 성장에 대한 강요 없이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다. 소문난 장난꾸러기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지극히 평범한 초등학교 4학년 생인 철수(박태영). 교실 칠판 앞에 앉아 실내화를 입에 물고 벌을 받던 어느 날 새로운 장난꺼리가 생겨난다.

바로 전학생 영희가 새 짝꿍이 된 것. 영희는 철수의 장기인 유치한 장난의 타깃이 되고 그러던 새 철수의 가슴에는 영희에 대해 묘한 마음이 생겨난다. 조숙하고 똑똑한 영희는 꽃집을 하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영희가 품고 있는 남모를 아픔은 사고로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다. 동네 레코드가게의 아르바이트생 오빠와 함께 부모님과의 추억이 담긴 노래를 듣는 게 영희의 취미.

그러던 중 어느새 겨울이 다가오고 철수와 영희의 반은 학예회 준비로 바빠진다.

능숙한 연기를 보여준다고는 볼 수 없지만 아역배우들의 매력은 영화를 재미있게 이끌어가는 주된 힘으로 작용한다. 특히 철수역을 맡은 박태영의 순박함은 영화보는 내내 관객들을 미소짓게 만든다. 상영시간 83분,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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