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感/상처받은 젊음… 한 편의 연극처럼 풀어내

조각가 천성명씨(36·수원시 장안구 율전동)의 작품에는 이야기가 있다.

꿈과 희망으로 부풀은 젊은이들이 부딛히는 좌절이 담겨 있어 애절하고 안타깝다.

그러나 젊다는 것은 좌절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와 배포가 있기에 아름답다. 화성시 동탄에 자리잡은 목리창작촌에서 4년째 작업중인 천성명씨는 조각으로 그 아름다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서울 갤러리 상에서 내달 6일까지 열리는 제5회 개인전 ‘달빛 아래 서성이다’는 최근 그가 겪고 있는 삶의 문제를 되짚었다.

천씨는 “일상적인 나의 모습을 일기처럼 담았다”며 “사회생활에서 꿈꾸던 것들이 현실과 부딛히며 겪는 고통과 시련을 한편의 연극처럼 선보였다”고 말했다.

폴리코트로 만들어진 인물과 대나무, 커다란 달과 이를 비추는 수면공간, 깃발, 토끼 등은 온통 상징으로 가득하다.

1, 2층 전시장은 각각 작은 이야기를 담았다. 1층에는 현재의 내가 존재한다. 흰색도 검은색도 아닌 정체성 없는 회색빛의 대나무 숲에서 작가의 모습을 닮은 인물이 말을 타고 전진과 후진을 반복한다. 한 켠에는 깃발을 든 인물이 등장한다. 깃발은 삶의 목표이자 방향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목표는 필수.

“대나무의 마디는 시간을 상징하죠. 그 시간속에 훌쩍 커버린 내가 현재 상황속에서 갈등하는 장면을 담은 것입니다”

2층에 오르면 욕망의 날개에 짓눌려 몸이 부서진 인물과 함께 골방처럼 협소한 공간에서 꿈의 날개를 재단하는 또다른 자신이 미싱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또 전시 주제를 상징화시킨 지름 2m 정도의 커다란 달과, 토끼 귀를 하고 손목을 그어 파란피를 뚝뚝 흘리는 인물이 공간을 차지한다.

“달은 첫 전시에 선보였던 별과 같이 꿈과 희망입니다. 파란색 피는 거세된 희망이구요. 달에 토끼가 산다고 믿었던 희망이 인간문명의 발달로 사실 아님이 밝혀졌을 때처럼 꿈과 현실의 괴리를 표현한 것입니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바로 작가의 얼굴이다. 얼굴은 실제 크기지만 몸은 상대적으로 작은 기형적 모습.

그러나 작가의 꿈은 멈추지 않는다. 작가는 소녀를 등장시켜 전시장 1·2층을 연결했다. 2층에서 떨어진 물방울은 1층 토끼 귀에 광대복장을 한 인물에게 떨어지고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가 등장한다.

“물방울을 받아 먹는 행위는 현실인식입니다. 이를 바라보는 저 자신을 통해 그 동안 꿈꾸던 것을 되돌아보는 장면을 연출했고 다음 이야기를 암시하기도 합니다”

갤러리 상은 열흘의 설치기간과 전시기간 한달간을 합쳐 총 40일을 이번 기획전에 할애했다. 상업화랑에서 이처럼 장기간 초대개인전을 연 것은 이례적이다. 여기다 평면화를 전문으로 취급하던 관행을 깨고 조각품을 처음 전시한 것도 눈길을 끈다.

또 이번 전시를 위해 1여년 동안 큐레이터와 작가는 튼실한 기획안을 구상했고, 결과는 성공적이다. 전시 비수기인 겨울철임과 유료관람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심혜영 큐레이터는 “작가 천성명씨는 감성을 자극하는 동시에 일반인과 공감하는 힘을 지녔다”며 “단 5초도 한 작품에 머물지 못하는 관람객들이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02)730-0030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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