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이 것마저 안 태우면 너무 답답할 것 같아서요….” 한 자영업자의 말이다. 담뱃값이 오르면 담배를 끊겠다던 다짐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를 그는 그렇게 말했다. 아닌게 아니라 지난해 담배 국내 출하량이 1천54억700만 개비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추산하는 흡연인구 1천80만명에 비해 1인당 488갑(9천760개비)을 피운 셈이 된다.

금연운동의 확산으로 2000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담배 소비량이 경기불황이 본격화 된 2003년부터 다시 늘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렇지 지난해 담배 소비량은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의 1천13억4천100만 개비 보다 41억2천900만 개비나 늘어 심각한 스트레스 현상의 사회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담배만이 아니다. 소주 소비량도 엄청 늘었다. 지난해 소주 출하량 또한 전년에 비해 3.8%가 더 많은 108만1천833㎘에 이른다. 이를 시중에서 파는 360㎖들이 병으로 치면 30억509만병에 이른다. 국내 20세 이상 3천500만명에 비해 수치상으로는 1인당 87병을 마신 셈이 되지만 개인별로는 더 많은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반면에 고급주인 위스키 소비량은 줄어 불황에 만만한 소주만 작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회가 담배나 태우고 소주를 마셔야 우울한 마음이 풀리는 세태에서는 결코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심리적으로 본 흡연은 초조함을 달래고자 하는 습관성 생활처방이다. 음주는 초조함을 잊고자 하는 도피처방이다. 물론 좋거나 기뻐서 마시는 술도 있다. 하지만 과음은 좋은 일로 마시는 술 보다 울적하여 마실 때가 더 한다.

담배나 술이 지나치면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다. 다 알면서도 멀리하지 못하는 연유를 의지가 약한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기엔 살기가 너무 척박하다. 오른손엔 담배, 왼손엔 소주병을 들고 흡연을 안주삼아 소주병을 훌쩍거리는 노숙자들을 본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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