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 코믹연기… 웃음 ‘송송’ 슬픔 ‘탁’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가 라면이다. 또 그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파를 송송 썰어넣고 계란을 하나 탁 깨서 넣는 것이다. 이렇게 라면을 먹는 이미지는 구수하고 정답다.

영화 ‘파송송 계란탁’ 역시 마찬가지다. 일련의 영화를 통해 흥행성을 보장받은 배우 임창정 특유의 ‘구렁이 담 넘 듯 하는’ 캐릭터를 십분 살리며 코믹한 요소를 송송 썰어넣었다. 또 막판에는 신파를 탁 하고 깨트려넣음으로써 휴먼 코미디로서의 구색을 갖췄다.

그러나 라면의 맛을 누구나 알고 있듯, 이 영화 역시 그 전개나 결말을 어렵지않게 예상할 수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또 제 아무리 기교를 부려도 라면은 라면이듯, 이 영화 역시 임창정에 기댄 코믹영화라는 출신성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불법음반제작업에 종사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총각 대규(임창정 분)에게 난데없이 아홉살짜리 꼬마가 나타나 “당신이 내 아버지요”라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아이의 태도. 태어나서 처음 보는 아버지임에도 전혀 애틋한 감흥이 없는데다 어려워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자신을 ‘전인권’이라 소개하며 천연덕스럽게 ‘돌고 돌고 돌고’를 불러댄다.

마른 하늘 날벼락을 맞은 대규의 황당함이야 예정된 수순. 그러나 아이는 그런 아버지에 아랑곳없이 소원을 들어달라며 엉겨붙는다.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커다란 목청으로 뻔뻔하게 소리지르면서. 소원은 다름아닌 국토종단. 결국 아이를 떼어놓는데 실패한 대규는 계란도 익힐 듯한 삼복더위에 아이와 함께 길을 나선다.

이 어색한 부자의 모습은 기타노 다케시 주연의 ‘기쿠지로의 여름’과 상당히 닮았다. 두 영화 모두 처음에는 아이를 귀찮은 짐짝 취급하던 어른이 점차 변화하는 모습과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규의 변화는 인권과의 보조 맞추기로 표현된다. 자기 몸뚱아리만한 가방을 짊어지고 힘겹게 걸어가는 아이를 뒤에 두고 대규는 처음에는 멀찌감치 앞서간다. 그러다 여행이 중반으로 접어들 때쯤 그는 아이의 가방을 빼앗아 들어주고 마지막에는 아이를 업고 걷는다. 주변에 자신을 아이의 삼촌이라고 소개하던 대규가 어느새 아이의 ‘아빠’가 되는 것. 영화는 이 모든 과정을 절대 서두르지 않고 그렸다.

임창정은 이번에도 역시 살가운 연기를 통해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 18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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