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과 결혼

혼인(婚姻)이나 결혼(結婚)이나 같은 말이지만 다른 데가 있다. 결혼은 원래 일본어다. 그들 말로는 ‘개콘’이라고 한다. 혼인은 원래의 우리 말이다. 단군신화에서 단군을 낳은 환웅(桓雄)과 웅녀(熊女)의 결합을 원문은 ‘혼인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결혼했다’고 돼 있지 않다.

부계(친족), 모계(외가), 처가(인척)를 가리켜 삼족(三族)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처가인 인척은 혼인에 의해 인척관계가 성립된다. 이러므로 ‘결혼=인척’보다는 ‘혼인=인척’으로 해석하는 것이 논리상 맞다. 법률상으로도 ‘혼인’이라고 하지 ‘결혼’이라고 하지 않는다. 민법 제3장 2절 혼인의 성립(807조) 조항부터 장가들고 시집가는 남녀의 부부관계에 많은 조문이 나온다.

그 조문의 모든 표현이 다 ‘혼인’이라고 하지 ‘결혼’이란 어휘는 단 한마디도 없다. 법률혼 성립을 설정하는 부부관계의 신고 역시 법률은 ‘혼인신고’라고 하지 ‘결혼신고’라고 하지 않는다.

이토록 순수한 원래의 ‘혼인’이란 말 대신 ‘결혼’이란 말이 외래어로 생활화 된 것도 따지고보면 일제 식민지 통치의 잔재다. 혼인식이라고 하면 구식혼례고, 결혼식이라고 해야 신식혼례인 것 처럼 여겼던 관념이 전해져 결국 고착화된 게 ‘결혼’이란 보편적 용어다. 지금은 거의 신식혼례를 올리는 가운데 지극히 드물게 구식혼례를 올리면서도 혼인식이라 하지 않고 무조건 다 결혼식으로 표현한다.

국어사전에도 ‘결혼’이란 단어가 우리 말로 나와 있긴하나 한 번 생각해 본다. 되도록이면 원래의 우리 말로 ‘혼인’이란 말을 쓰는 새로운 인식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결혼청첩장’이기 보단 ‘혼인청첩장’이라고 적힌 청첩장을 받아보고 싶다. ‘결혼’이란 말 보다는 ‘혼인’이란 말이 더 순수한 정감을 갖는다. 새 봄이 성큼 다가선다. 혼인이 많은 계절이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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