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교육삼락회원들의 노익장

맹자(孟子)는 부모가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 우러러 보아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 보아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 천하의 영재를 모아 가르치는 것을 ‘군자삼락’이라 하였다. 한국교육삼락회는 이 군자삼락의 전통을 발전· 승화시켜 ‘가르치는 즐거움, 배우는 즐거움, 봉사하는 즐거움’을 실천하면서 청소년 선도, 학부모 교육, 학교교육 지원을 기본목표로 하는 평생교육단체다.

‘퇴직교원 평생교육활동 지원법(법률 6947호)’이 말해주 듯 교육삼락회 회원들은 교단에서 정년퇴임한 교육자들이다. 그동안 교육삼락회는 정부의 일관성없는 교육정책 개선, 저하돼 있는 일선교원들의 사기 진작, 공교육의 위상 확립을 위하여 수시로 애정어린 충언을 아끼지 않았다. 입시(入試)만을 위주로 하는 교육으로 인해 파묻혀버린 역사윤리, 도덕 교육을 질타하면서 밝은 사람, 밝은 가정, 밝은 학교, 밝은 사회, 밝은 국가에 이르는 길로 인도하는 일에 주력하였다. 학교교육이 학원교육보다 낡았고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여 진취성이 없다고 혹평만 하지 않고 현직 교원들에게 꿈과 사기를 돋우어 참 스승의 길을 걷도록 격려와 성원을 보냈다. 비록 교단에서는 물러 나왔지만 불안한 교육현장을 방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경험만큼 소중한 자산이 또 있겠는가.

얼마 전 경기도교육삼락회 제37회 정기총회에 참석하는 기회가 있었다. 18대 김순태 회장 취임 및 특별강연을 겸한 이날 정기총회는 행사장소인 경기도교원단체 총연합회 대회의실이 넘쳤다. 무슨 이권이 있는 집회도 아닌 터에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가 없어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의가 고희 전후의 회원들임에도 혈색이 하도 좋아 기자의 얼굴이 오히려 무안했다. 미처 입장하지 못해 복도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교육삼락의 열기를 뜨겁게 느꼈다.

“나는 아직도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 할 일이 많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한 말이 문득 생각났다. 1930년생이니 75세, 한국나이로 76세다. 이스트우드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을 석권했다. 그는 1993년 ‘용서받지 못한 자’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헨리 범스테드는 89세, 남우조연상 모건 프리먼은 68세다. 평론가들은 이들의 작품에 대해 “연륜에서 배어나오는 섬세한 심리묘사” “관객들을 쥐었다 폈다 하는 노련한 연기”라는 찬사를 바쳤다.

“내 커리어에서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지난 3월 9일 CBS 앵커자리에서 물러난 댄 래더가 남긴 말이다. 1981년 월터 크롱카이트로부터 마이크를 넘겨 받은 지 정확히 34년, 1961년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44년만이다. 언론인으로 최고의 영광을 누렸지만 “나는 아직도 멋진 취재 보도에 배고프다”고 말했다. 래더의 나이는 올해 73세다.

서울대 교수 김성수 박사의 특별강연 ‘청소년교육을 위한 가정·학교· 사회의 협력’을 들으면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댄 래더의 말을 떠올린 것은 삼락회 회원들의 모습에서 그들과 같은 ‘젊은 노익장’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교육삼락회 회원들은 평생을 제자들에게 학식과 함께 올바른 가치관, 의로운 정신을 심어 준 인성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다. 교육은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신념으로 교단에서 반세기를 보냈다. 그리고 교단에서 물러나서도 평생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다시 모였다. 이 어찌 ‘젊은 노익장’이 아닌가.

“사람의 입김은 추울 때 가장 뜨겁고 사람의 이마에 깊은 주름살이 생길 때 가장 깊은 지혜가 생긴다” 경기도교육삼락회장에 재추대된 김순태 회장의 말이다. 배우고 가르치며 봉사하는 즐거움을 실천하는 평생교육자인 교육삼락회 회원들의 이념을 대변해 주는 명언이다. ‘인생에서 은퇴란 없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임병호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