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거든 감사원 감사를 받게 해달라”
지난 28일 오전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개성인삼농협 김교주 조합장(58·연천군 장남면 원당리)이 측근인 문모씨에게 마지막 남긴 말이다. 지난달 1일 취임한 김 조합장은 조합이 부실과 비리 등으로 얼룩졌다는 소문을 듣고 취임 초 인수·인계에 대한 제반 사항을 농협 경지역본부에 감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감사는 커녕 자체 해결하라는 지시만 내려 왔고 조합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에도 기득권 세력은 동조하지 않아 근심과 걱정으로 고민해 오다 결국 죽음을 택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비리가 숨어 있기에 조합장이 자살하면서까지 절규를 남기고 유명을 달리했을까. 참으로 답답하다.
개성인삼농협의 이런저런 이야기는 수년 전부터 연천·포천 등지에 널리 퍼져 있었고 전 조합장이 구속된 사실만으로도 총체적 비리가 만연했다는 사실을 짐작케 한다. 지난 28일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조합 관계자와 지역 인사들 몇명이 모처에 모인 자리도 조합을 규탄하는 목소리들로 일관됐다. “농협 경기지역본부의 감사만 있었어도 결코 목숨을 끊는 일은 없었다”, “이제라도 전반적인 부실과 비리 등을 밝혀 내 고인의 영혼을 달래줘야 한다”
인삼제품 재고가 틀리거나 이에 대한 서류가 없거나 각종 사업비도 어떻게 집행됐는지 알 수 없다는 게 조합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유품중에는 농협 경기지역본부로 발송되지 않은 감사의뢰서가 발견돼 고인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왔으며 누군가 철저한 조사로 각종 비리를 밝혀줄 것을 애원한 흔적이 엿보이고 있다.
유족과 측근들은 장례 후 진정서를 작성, 관계 요로에 보낼 예정이어서 이 사건의 조사나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모 묘소 근처에서 저승길을 택한 고 김 조합장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개성인삼농협의 총체적 부실과 비리가 밝혀지길 기대해 보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장 기 현 기자 khja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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