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제이보고서
니들이 性을 알아?
“배변을 원활히 하고 성경을 읽을 것.
고환을 찬 물에 담그고 앉을 것. 그리고 모성애를 되새길 것.”
‘멀고 먼 옛날’, 몽정을 막는 요령으로 이런 것들이
권장되던 시절이 있었다.
막아야 되는 이유는? 정액 1g을 잃는 게 혈액의 40g을 흘리는 것과 같은 치명적인 피해를 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무지는 오해를 낳고 오해가 만든 관습은 사람들을 억압한다.
지금은 터무니 없는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런 식의 잘못된 지식은 한때 상식이었다. 적어도 이 ‘섹스 보고서’가 나오기 이전에는 성(性)에 관해서는 말이다.
킨제이 보고서로 ‘성(性) 혁명’을 일으킨 알프레드 킨제이 박사 이야기를 다룬 영화 ‘킨제이 보고서’(원제 Kinsey)가 13일 개봉한다.
영화는 그가 장애물을 뛰어넘고 결국 보고서를 내게 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지만, 결국 얘기하고 싶은 것은 ‘청교도적’이라는 시대의 장애물에 있다.
영화 속 킨제이 박사의 말처럼 만약 미국에 온 사람들이 청교도인들이 아니라 건달과 난봉꾼이었으면 어땠을까? 순결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과학자들을 겁주고 겁먹은 과학자들은 ‘정액은 피와 같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영화가 킨제이 박사(리암 니슨)의 어린 시절에서 출발하는 것은 이런 까닭에 있다. 그의 아버지는 선생님이며 목사님이었던 보수주의자. 엄격한 신앙심을 가졌던 아버지는 그가 공학자가 되기를 바랬지만 박사의 관심은 기계보다는 말벌 같은 생물에 있었다.
결국 생물학과에 진학해 생물학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제자이며 지혜로운 여자 맥밀란(로라 리니)을 만나 결혼한다.
이미 스스로의 성적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한 바 있던 그가 본격적인 섹스 연구가가 되기 시작한 것은 교내에서 결혼강좌를 맡으면서부터다. 성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믿음은 생물학자인 그에게는 너무나도 터무니 없는 미신이었고 이에 대한 학술적인 자료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섹스 리서치를 ‘감행’하기 시작한다.
주위의 우려 속에 연구는 진행되고, 결국 ‘킨제이 보고서’가 발표되자 미국 사회는 충격과 혼란 속에 빠져든다. ‘플레이 보이’를 앞지르는 판매부수를 기록하며 결국 오해를 깨는 데 성공하지만 박사는 원치 않은 논쟁에 휩싸인다.
결국 연구비지원도 끊기자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괴롭히기 시작한다.
킨제이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는 그가 사실을 왜곡했으며 이혼율 및 성병의 증가와 포르노물 범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비판론자들과 성적인 자유에 이바지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옹호론자들 사이에서 엇갈린다.
이 영화가 지난해 미국에서 개봉했을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영화는 킨제이 박사처럼 ‘성’(性)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대해 당찬 태도를 견지한다.
인물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성에 대한 지식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충분히 솔직한 편.
여기에 리암 니슨이나 로라 리니 같은 ‘좋은’ 연기자들의 열연은 상황을 더욱 그럴싸하게 만든다.
아쉬운 점은 인물의 도전과 역경, 극복이라는 전기영화의 흔한 줄거리가 그렇게 흡인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데 있다. 흥미로운 출발에 비해 갈수록 줄거리의 힘이 떨어져가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갓 앤 몬스터’와 ‘시카고’의 각본을 썼던 빌 콘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8세 관람가. 상영시간 118분.
■우리 사랑일까요?
사랑이 별건가 지금을 즐겨라!
애쉬튼 커처(27)는 이래저래 연상의 여인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모양이다. 현실에서는 16살 연상의 데미 무어와 결혼설을 낳고 있는 그가 영화에서는 6살 연상의 아만다 피트와 닭살 돋는 연애를 펼쳤다.
‘우리, 사랑일까요?(원제:A Lot Like Love)’는 애쉬튼 커처를 내세운 맞춤 상품이다.
20대 후반으로 접어든, 한창 물이 오른 잘 생긴 스타의 매력을 한껏 부각시킨 로맨틱 드라마인 것. 상대적으로 아만다 피트의 얼굴에서 ‘나이’가 느껴져 균형이 좀 깨지긴 하지만 영화는 확실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맞춤 상품으로서 그다지 손색이 없다.
더도 덜도 아닌 ‘선남선녀의 예쁘고 화사한 연애’를 그린 이 영화의 목적은 그것을 보며 유쾌해지고 싶은 관객을 모으는 것이다.
‘우리, 사랑일까요?’는 7년 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한 남녀의 이야기다. 대학을 갓 졸업한 패기 넘치는 젊은이 올리버는 치밀하게 사업구상을 하며 6년 후를 기약한다.
그때는 반드시 성공한 사람이 돼 있겠다는 것. 반면 실연했다는 이유로 처음 본 남자와 비행기 화장실에서 관계를 맺을만큼 대담하고 자유분방한 아가씨 에밀리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이 두 사람은 비행기 화장실에서의 관계 이후 하루 동안 짧은 데이트를 한다. 그리고 아듀. 3년 후 다시 만난 이들은 또다시 불같은 감정에 휩싸이지만 역시 하루뿐, 다시 2년간 소식도 모르고 지낸다.
그 사이 둘은 각기 다른 상대와 사랑을 했고, 헤어진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며 매번 짧지만 강렬한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이들의 모습은 ‘세렌디피티’ ‘해리가 샐리가 만났을 때’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새로울 것은 전혀 없다. 뻔하고, 공식 그대로다. 그러나 주인공이 다르다. 이 점은 주인공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로맨틱 드라마에서는 큰 차별점이 된다.
또 배경과 에피소드가 다르지 않은가. 영화는 커처와 피트의 사랑스러운 애정행각을 그리며 귀에 익은 음악을 적절하게 들려준다. 절로 따라하거나 장단을 맞추고 싶을만큼.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반면 인연은 돌고 돌아도 결국 만나게 된다.
절망에 빠진 커처에게 그의 농아 형이 “그게 인생이야. 지금 이대로를 즐겨”라고 수화로 애정어리게 충고하는 대목은 이 뻔한 영화에서 그래도 콧등을 찡하게 만든다. 또 국립공원에서의 ‘달밤 퍼포먼스’는 꽤 신선하다. 20일 개봉, 15세 관람가.
■에쥬케이터
세상불만 가득한 청춘들의 대반란
일단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 보다는 한결 산뜻하고 현실적이다. 똑같이 거침 없는 젊음, 피 끓는 혈기를 그렸지만 ‘에쥬케이터’와 ‘몽상가들’의 요리법은 대단히 다르다. 취향 나름이겠지만 ‘에쥬케이터’ 쪽이 좀 더 먹기 편하다.
제목 ‘에쥬케이터(edukator)’는 에듀케이터(educator)의 독일식 발음. ‘무소불위의 젊음’ 피터(스티페 에르켁 분)와 얀(다니엘 브륄 분)은 스스로를 부르주아의 ‘교육자’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밤마다 부자들의 집에 무단침입, 마치 설치 미술을 하듯 가구와 물건들을 재배치 해놓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도둑질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러한 해괴망측한 행동을 통해 부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것이다.
부자들에게 ‘돈이 너무 많다’는 죄명을 씌우는 이들은 침입한 집에 ‘풍요의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 에쥬케이터’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20대에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면 가슴이 없는 것이고, 40대에도 마르크스주의자이면 머리가 없는 것이다’. 영화는 이 메시지를 비교적 충실하게, 또 현실적으로 다뤘다.
피터와 얀, 그리고 피터의 여자친구 율(율리야 옌치)은 자유주의와 청년정신으로 똘똘 뭉쳤다. 부의 편중에 따른 사회 부조리를 깨기 위해 청년들은 뭐라도 해야한다는 것. 그게 미약할지라도 말이다.
이 영화의 매력은 하이덴베르그(버그하르트 클로즈너)의 존재다.
30여년 전에는68세대의 선봉에 서 있었지만 지금은 대저택에서 명차를 몇대씩 굴리는 전형적인 부르주아. 한스 바인가르트너 감독은 하이덴베르그를 내세워 이상과 현실, 세월에 따른 변화를 부담없이 그렸다.
일이 꼬이는 바람에 하이덴베르그를 납치하게 된 주인공들은 뚜렷한 대책도 없이 하이덴베르그와 기이한 동거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하이덴베르그와 청년 셋은 조금씩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시간이 지날수록 양쪽 사이에 놓인 벽은 유명무실해진다.
하이덴베르그는 청년들의 모습에 자신의 순수했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고, 청년들은 순수한 이상을 위협하는 뜨거운 사랑의 감정에 흔들린다. 과거에는 혁명의 핵이었으나 지금은 두말없이 보수당에게 한표를 던지는 하이덴베르그의 모습은 어쩌면 이들 청년의 미래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는 모른다. 설사 안다 해도 지금의 청년은 청년이어야 한다.
■인권영화 ‘다섯개의 시선’ 9월 개봉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한 두번째 인권영화인 ‘다섯개의 시선’과 첫번째 인권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별별이야기’가 9월께 극장에서 개봉한다.
같은날 선보일지 1주 간격으로 개봉할지는 미정이지만 이들 두 영화는 소재가 인권이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각 감독의 다양한 개성을 담은 단편영화들이 모인 옴니버스 영화다.
‘다섯개의 시선’에는 ‘미소’의 박경희, ‘주먹이 운다’의 류승범, ‘해피엔드’의 정지우, ‘아는 여자’의 장진, ‘송환’의 김동원 등 다섯명이 참여했으며 ‘별별이야기’에는 이성강, 박재동, 이애림, 유진희, 권오성과 5인 프로젝트팀(김준 외) 등 여섯팀이 연출했다.
■‘가문의 영광2’ 주연에 김원희-신현준
김원희와 신현준이 영화 ‘가문의 영광2’의 남녀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가문의 영광’ 1편에 이어 속편도 제작하는 태원엔터테인먼트는 “김원희, 신현준, 김수미의 캐스팅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2002년 9월 개봉, 전국 500만 관객을 모은 ‘가문의 영광’은 엘리트 사위를 들이려는 조폭 집안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 김정은과 정준호가 주연을 맡았다.
‘가문의 영광2’는 전편의 구조를 살짝 비틀어 엘리트 며느리를 들이려는 여수조폭 집안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원희가 검사로 출연하며, 신현준이 조폭 집안의 맏형 역이다. 김수미는 신현준의 어머니를 연기한다.
■프랑스 ‘자크 드미’ 감독 특별전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서울아트시네마(구 허리우드 극장)는 11~19일 프랑스의 자크 드미(Jacques Demy·1931~1990) 감독의 특별전을 마련한다.
‘쉘부르의 우산’으로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드미 감독은 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 중 가장 로맨틱한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어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는 초기작 ‘롤라’와 ‘천사들의 해안’에서부터 ‘추억의 마르세이유’, ‘쉘브르의 우산’ 등 대표작 일곱편이 상영되며 ‘자크 드미의 세계’를 비롯해 동료 아네스 바르다 감독이 드미 감독에 대해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 세 편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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