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의원

이승만 정권의 실세는 박찬일 청와대 비서관이었다. 그땐 비서실장이란 게 없었다. 그의 승인이 없으면 장관도 대통령을 만날 수 없었다. 박정희 정권 말기의 실세는 차지철 청와대 경호실장이었다. 그 역시 정부 요인의 대통령 면담 일정을 좌지우지하였다. 전두환 정권의 실세는 장세동 중앙정보부장이었다. 충복을 자처할 정도의 절대적 충성심은 절대 권력자의 신뢰를 사기에 충분했다. 노태우 정권의 실세는 박철언 의원이었다. 정권의 황태자라고 불렸을 만큼 대통령의 화려한 후광을 입었다. 김영삼 정권의 실세는 둘째 아들 김현철씨였다. ‘소통령’이라고 했다. 그의 주변엔 항상 해바라기족들이 들끓었다. 김대중 정권의 실세는 권노갑 의원이다. 그를 통하면 안 되는 일이 없었다. 가히 ‘리틀 DJ’라 할만 했다. 정권 말엔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이 ‘리틀 DJ’의 막강한 실세를 이어받았다.

역대 정권의 막후 실세가 앞서 거명한 사람들만은 물론 아니다. 참으로 많다. 공통점은 집권자의 개인 연분으로 유착된 사실이다. 공조직으로 보기보단 사조직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이른바 역대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름의 실세들이다.

노무현 정권의 실세인 이광재 의원의 러시아 유전 의혹사건 연루 정황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왕 아무개로부터 실세측근(이 의원)의 측근이 8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일부는 지난 총선에 유입된 것으로 전한다. 이 의원은 그래도 자신은 안 받았다며 당당하다. 물론 그 돈이 참모들에 의해 이 의원을 위해 쓰여졌는지, 그의 호주머니에 들어갔는 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진 않았다.

그러나 염치가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순 없다. 적어도 자신이 부리는 사람에게 (설사 배달사고였다 해도) 뭉칫돈이 접촉된 게 밝혀졌으면 최소한 도의적 책임을 지는 태도라도 보여야 할 터인데 그렇지가 않다. “당당하다 못해 보기에 뻔뻔스럽다”는 말이 많은 게 세평이다.

역대 정권의 실세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영어의 몸이 된 사실이다. 정권이 바뀌면 허망한 권력의 힘을 신앙화하는 실세의 오만이 가련하다면 가련하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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