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필름이나 DVD가 들어 와 자막작업이 끝나고 저희 손에 작품이 도착했더라도 작품명을 밝힐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여러분이 아시리라 믿습니다.” 지난 9일 열린 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수석프로그래머 정초신 감독이 밝힌 PiFan 준비 상황이다.
작품명은 영화제를 보름 정도 앞둔 다음달 28일 공개할 예정이다. 전임 집행위원장인 김홍준 감독 진영, 이른바 리얼판타스틱영화제(리얼) 쪽 반대 공작이 우려돼 초청작을 밝히지 못한다는 것이다. 리얼은 PiFan과 진검 승부를 벌이기 위해 칼날을 세우고 있다. 영화제 일정도 7월13일부터 같은 기간동안 부천이 아닌 서울에서 열린다.
PiFan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은 “행사 당일까지 행사 개최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이미 초청된 영화도 상당수라고 전해진다. 개막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는 이처럼 지적했다. “리얼과 단순 비교하면 이미 예산 23억4천만원이 확보됐고 스태프도 32명이다. 이에 비해 리얼 쪽은 스태프 8명에 예산은 알 수 없다. 영화계의 요구대로 정관도 개정됐고 문제를 삼았던 홍건표 시장을 비롯한 이사진들도 모두 사퇴했다. 이미 조건은 완성된 셈이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PiFan은 누가 주인이랄 것도 없이 주민과 영화계 공동 자산이다. 다행스럽게 부천영화제는 이번 영화제 컨셉을 ‘관객을 생각하는 영화제, 재미 있는 영화제, 가까이 있는 영화제’로 정했다. 주민과 함께 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인 것이다.
주민들은 영화제를 가슴에 품고 산다. 밖으로 드러 내지 않아도 부천이 문화도시로 불리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주민들에 더 이상 실망스러운 결정이 없길 기대한다.
/정 재 현 기자 sk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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