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의 가사노동

주부의 가사노동엔 끝이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 늦게 잠들기까지 내내 하루의 일과가 계속되지만 잠 자다가 일어나 일을 챙길 때도 적잖다.

예를 들면 아이가 아파 돌보거나 수돗물 단수에 대비하거나 새벽 청소차에 쓰레기를 들고 바삐 나가야 하곤 한다. 이런 때 남편들은 으레 단잠에 그대로 빠져 아내가 뭘 하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어느 주부 가사노동 조사에 이런 말이 있다. ‘남편들은 아내가 집에서 드라마나 보고 빈둥댄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실제 주부들은 한꺼번에 여러가지 일을 한다. 게다가 휴가도 없고 병가도 낼 수 없고 연금도 받을 수 없는 24시간 비상대기 업무를 맡고 있는 것이 주부다’라고 했다.

이만이 아니다. ‘아이들을 책임감있고 예의바른 사회의 일원으로 키워내고 가정의 안정을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고도 했다. 이 조사는 남편과 자녀 두 명을 둔 가정의 주부를 표본으로 하여 분석된 것으로 가사노동 시간이 주당 100시간 이상인 걸로 나타났다. 이를 돈으로 따지면 연 13만1천471달러(약 1억3천120만원)의 노동가치를 지녔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맞벌이 부부들이 많다. 아내가 맞벌이 나간다고 이같은 가사노동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직장에서 귀가하면 집안 일을 또 다 챙기는 것이 맞벌이 주부들이다. 가사노동 가치와 직장소득을 생각하면 남편들은 맞벌이 아내를 업어주어도 그 노고에 다 감사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가정의 달’을 보내고 있다. 가정을 꾸려가는 주부의 힘이 새삼 위대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남편들은 바깥일 한다고 내세워 큰 소리 칠 일이 못된다. 아내는 연봉 1억3천만원의 주부다. 하루의 고된 일과를 밤에 잠으로 피로를 푸는 곤히 잠든 아내의 모습에 감사할 줄 아는 남편이 가정의 행복을 아는 남편이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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