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대관령 삼양목장

가을동화, 영화 연애소설, 선녀와 나무꾼, 다모 등 유명 드라마에 나오던 광활한 초지를 기억하는가? 혹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알프스 초원을 달리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푸른 초지 위에 얼룩빼기 젖소들이 떼지어 풀을 뜯던 그 고요하리만큼 평화스러운 비경의 기억을 끄집어내보자.

백두대간의 허리격인 대관령 600만평의 대지에 녹색 물감을 쫘악 뿌려놓은 것 같은 푸르름에 몸을 뉘어 보자. 파란 하늘이 내 발 아래 있고, 자욱히 밀려왔다 마치 커튼이 쳐지듯 물러 가는 안개와 구름 속에 살포시 젖어오는 계절의 싱그러움에 가슴 벅참을 느끼게 하는 곳, 하늘을 맞닿은 고원지대 대관령. 여기가 바로 지상낙원이다.

하늘정원서… 구름위의 산책

▲백두대간 중심에서 목가적 풍경의 클라이막스가 열린다

하늘아래 첫 동네라 불리는 대관령 일대는 굳이 멀리 이국의 땅을 떠올릴 필요가 없을만큼 푸른 초원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젖소들의 목가적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클라이막스는 역시 삼양목장.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이 시시각각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는 곳이다.

대관령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대관령 삼양목장은 그 규모에 가히 놀랄 만하다. 대관령일대의 600만평, 쉽게 말해 여의도의 7.5배, 한국면적의 5천분의 1에 달하는 광활한 초원에 이르는 고산 지대로 봄, 여름이면 소떼들이 풀을 뜯는 모습을 볼수 있어 알프스에 견줄 만하고, 겨울이면 성인 허벅지가 하얀 눈 속에 깊숙이 빠질 정도로 설국(雪國)인 곳이 또한 이곳이다.

이것 말고도 대관령 목장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해발 1,000m 정도의 초원 위에서 자동차를 타고 즐기는 드라이브의 묘미. 모두 600만평에 초지는 4백50여만평, 목장내 임도를 모두 합하면 120㎞나 된다. 목장을 한 바퀴 도는데만 해도 3시간은 족히 걸리기 때문에 일반관광객들이 가장 찾는 곳은 1단지 우사를 지나 전망대로 오르는 코스. 차가 튼튼하고 대관령 절경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2단지로의 여정도 권한다.

▲그림엽서 속 풍경 가득…1단지를 넘으며 봄날에 취한다

삼양목장의 여정은 목장입구에서부터 나눠진다. 목장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축사가 있는 1단지가 보이고 1단지의 맨 정상에는 동해전망대가 자리 잡고 있으며 왼쪽으로는 2단지 가는 길이 나온다.

1단지 초입에는 가족들이 소풍을 즐길 수 있는 청연원에 산악오토바이인 ATV체험장과 지나 가는 길마다 ‘은서, 준서 나무’ ‘은서네 집’ ‘연애소설 나무’ ‘선녀와 나무꾼’,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라는 많은 팻말들이 즐비해 있다. 대관령 삼양목장이 유명한데는 바로 이런 이유들도 한몫을 한다.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촬영지로 드라마가 히트를 치면 어김 없이 촬영지로 소개된 곳은 소위 뜨는 여행지로 승격(?)하기 때문.

한류열풍 덕분에 아무래도 가을동화의 촬영지였던 은서, 준서가 살던 집과 나무들, 연애소설에 주인공들이 ‘사랑’을 속삭였던 언덕 등 많은 관광객들은 자신들이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이 된냥 포즈를 취하며 기념사진 촬영을 한다. 그냥 지나칠 만큼 아주 평범한 나무며 집이지만 드라마의 여운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중동 초지의 풍광

목장에 올라오면서 느낀 후텁지근한 날씨에 젖은 등줄기가 오싹해질 만큼 시원하다 못해 냉기조차 느끼게 하는 바람, 대관령 밖은 초여름인데 이곳은 계절을 훌쩍 뛰어넘어 바로 가을이라는 공간 속으로 넘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축사를 왼쪽으로 끼고 휘어 5분쯤 들어가다 보면 ‘중동’이라는 푯말이 보이는데 그 길을 넘어서면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초원 풍광에 넋을 잃는다.

푸른 초지말고 눈에 띄는 것은 하늘사이로 우뚝 솟아있는 발전용 풍차인데 풍차의 바람 개비가 하늘 높이 피어 오르는 구름을 배경으로 느릿하게 돌아 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바람을 가르며 바람개비를 돌렸던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 그것은 평생 잊지못할 풍광 그 자체다.

▲동해의 비경을 한눈에 보여주는 전망대

1단지에서 중동을 지나면 ‘동해 전망대’라는 푯말이 붙은 곳에 평지가 있는데 이곳에서 날씨가 좋은 날에는 동해바다가 손에 잡힐 듯 시야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강릉 경포대, 주문진, 연곡천, 소금강 계곡을 볼 수 있고 서쪽으로는 목장 전경을 비롯해 소황병산, 황병산으로 이어지는 봉우리들의 모습에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이 곳의 비경은 바로 정동진보다 3분 정도 빠르게 맞는 동해의 일출 장면, 운이 좋다면 시원한 풍경과 일출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천혜의 목장지대가 펼쳐지는 2단지를 달려보자

만약 지프나 4륜 구동 차량을 소지한 사람들이라면 비포장길인 2단지의 여정도 권한다. 울퉁불퉁 길은 험해도 언듯언듯 지나가는 대관령 목장 풍광은 아주 잔잔하다. 또한 2단지가 대관령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천혜의 목장지대이기도 하다.

허나 한때는 3천마리가 넘어서던 소의 숫자가 많이 줄어 이젠 600마리 정도여서 사실 초지에서 풀을 뜯고 있는 목가적인 풍광의 젖소들을 찾기가 힘들다. 참고로 방목시간은 오전(9~11시), 오후 (2~5시) 두 차례에 걸쳐 한다.

소의 목마름을 달래기 위해 조성해 놓은 초원의 오아시스 삼정호에는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살고 있고 그 옆에는 오대산 국립공원과 경계를 이루는 파아란 하늘이 담겨있는 계곡을 만나게 되는데, 가을에는 단풍이 터널을 이뤄 그야말로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대관령 삼양목장 가는 길

-대중교통:서울고속터미널-강원도 횡계 시외버스 이용, 횡계에서 택시 이용

-자가 운전시:영동고속도로-횡계 IC-횡계리-삼양대관령 목장(약 3시간 소요)

▲먹거리

-부들부들하게 씹히는 부드러운 맛과 담백함으로 인기가 높은 대관령 황태는 황태구이와 황태해장국, 황태찜 등 요리로 대관령 덕장에서 매서운 추위와 눈보라 속에 숙성된 시간만큼이나 깊은 맛을 준다.

▲삼양목장 안내:인터넷(www.happygreen.net). 문의:033-336-0885~1234, 02-919-7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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