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스타워즈:에피소드Ⅲ’. 극장전

■‘스타워즈:에피소드Ⅲ’

‘별들의 전쟁’ 28년 대장정 끝내다

‘스타워즈:에피소드Ⅲ’는 경쟁의 긍정적인 효과를 여실히 증명하는 작품이다. 만일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없었더라도 조지 루카스 감독이 이처럼 완벽한 작품을 선보였을까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상상력과 CG의 왕이지만 경쟁 상대가 없었다면 스스로의 목표치는 지금보다 다소 낮았을지도 모른다.

위용을 드러낸 ‘스타워즈’ 시리즈의 완결판 ‘에피소드Ⅲ’는 예상대로 대단했다. ‘에피소드Ⅳ·Ⅴ·Ⅵ’이 먼저 나온, 결말을 미리 아는 상태에서 보는 영화는 태생부터 벌점을 먹고 들어가는 경기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우주 공간을 중심으로 상상력과 CG의 향연을 펼치는 스타워즈만의 매력 역시 그간 숱한 ‘아류작’들을 통해 희석된 상태. 그러나 돈과 집념은 많은 부분을 해결했다.

1977년에 선보인 ‘에피소드Ⅵ’ 이후 무려 28년만에 등장하는 ‘에피소드Ⅲ’는 28년의 세월이 주는 진보와 성장의 긍정적인 자양분만을 듬뿍 빨아들인 모습이었다.

마치 고관대작 가계의 우성인자만을 물려받은 모습. 2002년 ‘에피소드Ⅱ’에 이어 선보인 100% 디지털 화면은 넋을 쏙 빼놓을만큼 매끈하고 매력적이다.

조지 루카스는 조(兆) 단위의 재산을 굴리는 ‘그릇’ 답게 CG에 아낌없이 돈을 쏟아부었다. 여기에는 2천300개에 달하는 특수효과가 등장한다. 28년간 변함없는 인기를 누린 ‘스타워즈’의 드라마는 이번에도 생생하게 살아있다. 결말이 나와 있음에도 ‘에피소드Ⅲ’가 흥미진진할 수 있는 것은 ‘스타워즈’ 시리즈 중 가장 궁금한 대목에 대한 비밀을 다루기 때문이다.

영화를 관통하는 아이콘은 역시 분노와 욕망이다. 덧붙여 사랑까지. 파드메가 임신을 알리자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며 눈시울을 붉히던 아나킨이 시스에 굴복하는 것도 사랑 때문이고, 자신의 스승인 오비완을 죽이려 덤비는 것 역시눈 먼 욕망 때문이다.

아직은 미성숙한 아나킨이 수많은 감정 중 가장 먼저 분노를 키우는 법을 배우게 되면서 불행은 시작되는 것이다. 현란한 화면 중에서도 현기증을 일으키는 전투기 조종신과 화산 용암이 분출하는 가운데 펼쳐지는 오비완과 아나킨의 결투신은 압권이다.

또한 화면 곳곳에 숨어있는 각종 캐릭터 디자인의 향연도 쏠쏠한 눈요기. 사랑을 잃는 두려움은 악마와도 손을 잡게하고, 1인자가 되고 싶은 욕망은 혈육의 정을 나눈 동료도 몰라보게 한다.

‘에피소드Ⅲ’가 ‘스타워즈’ 시리즈 중에서도 돋보이는 것은 정점에 이른 특수효과와 함께 단순 명료하면서도 보편적인 메시지가 감성을 효과적으로 자극하기 때문이다.

26일 개봉, 전체관람가.

■극장전

뒤섞인 ‘영화와 현실’

선배의 영화를 보고 나온 극장 앞, 영화 속 여주인공과 우연히 마주친 한 남자의 하루 이야기를 담은 영화. 홍상수 특유의 현실과 밀착된 대사는 영화 ‘극장전’에서도 여전한 특징이다.

영화는 ‘영화 속 영화’와 그 영화의 영향 속에서 현실의 하루를 지내는 주인공의 이야기라는 두 단락으로 나뉘어 있다.

올해 칸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된 ‘극장전’이 27일 개봉된다.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96년) 이후 감독의 여섯 번째 작품인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영화란(그것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영화다.

영화 속 영화는 감독 자신의 영화처럼 현실에 ‘처절하게’ 가까운, 그래서 ‘귀여운’(영화 속의 표현대로)영화고, 이 영화를 본 영화 속의 남자는 자신의 현실과 영화 속 이야기를 착각한다. 이쯤 되니 주인공의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다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그냥 실제였고 어떤 부분이 영화를 의식한 행동일까.

영화 속 영화의 주인공은 수능시험을 막 마친 상원(이기우)이다. 형에게 용돈을 받아 주머니가 두둑한 그날, 우연히 안경점에 일하고 있는 첫사랑 영실(엄지원)을 만난다. ‘담임이 미친놈이라’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한다는 영실. 어색한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술자리에 이어 여관에까지 동행하지만 이날따라 상원의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안되는데 왜 자꾸 하려고 그래”. 영실의 이 말에 상원의 입에서는 “죽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뚱맞은’ 말이 튀어나온다. 이 영화를 본 동수(김상경). 영화는 암투병 중인 선배 형이 감독했던 단편이다. 마침 극장에서는 그 선배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선 극장 앞, 뜻밖에 영화 속 여주인공인 영실이 있다. 사람들 속으로 사라져가는 그녀를 뒤로하고 커피숍을 들른 그는 저녁에 그 선배의 후원모임이 열린다는 연락을 받지만 선뜻 내키지 않는다.

다시 무작정 걷게 된 거리에서 동수는 영화 속의 안경점에서 다시 영실과 마주친다. 학생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영실에게 동수는 용기를 내어 인사를 건네고, 영실은 그런대로 성의있게 그의 말상대를 해준다.

영화는 감독의 작품들 중 가장 말끔한 형식미를 갖추고 있는 영화로 평가받을 수 있을 듯하다. 영화와 현실 속의 두 주인공은 누가 모방자며 누가 피모방자인지, 어떤 쪽이 영화고 어떤 쪽이 현실인지를 오가다가 결국 ‘둘 다’로 수렴된다.

‘외계인의 지구인 구경하기’ 같은 감독의 시선은 한결 유쾌해진 반면 덜 냉소적이 됐다. 이 부분에서는 ‘생활의 발견’ 이후 다시 홍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김상경의 덕이 크다. 영화를 보고 나면 역시 그의 영화에는 김상경이 제일 좋았다는 기억을 새삼 떠올릴 수밖에 없다.

18세 관람가. 상영시간 8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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