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많으면서도 말은 적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이 동양적 군자 사상이다. 대인관계는 특히 그러했다. ‘군자교절불출악성’(君子交絶不出惡聲)이란, 군자는 남과 절교를 한 뒤에도 그 사람의 악평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말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경계하기는 서양문화도 마찬가지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바로 이를 경계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술에 취하면 과묵한 사람이 있고 다변인 사람이 있다. 평소의 다변도 쓸모 없는 터에 취중 다변은 더욱 아무 쓸모가 없다. 말이 많다보면 실언이 나온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실언이 많다. 그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 가운데 대통령의 건강문제를 언급한 실언은 일종의 기밀 누설이다 싶었는 데 아니나 다를까 청와대의 공식 반응이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의 허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청와대 발표가 있게 된 것은 이 총리의 다변이 유죄다.
그는 총리실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허리가 안 좋아 한 시간 이상 앉아있지 못한다’ ‘골프를 한 번 치고나면 허리 통증이 2주간 가는 모양이더라. (당선자 시절의) 디스크수술이 깨끗하게 안 된 것 같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이 총리는 대통령과의 관계, 즉 그만큼 잘 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그런 말을 했는 진 몰라도 국가 원수의 건강문제를 함부로 누설한 것은 총리로서 심히 부적절한 실언이다.
왕년의 프로복서 무하마드 알리는 링에 오르면 승패에 대한 초조감을 다변으로 커버하곤 했다. 말이 많은 것은 심리적 초조감의 토로라는 것이 심리학의 분석이다. 일상의 ‘다변은 소인’이라고 했다. 이 총리가 권력에 취해 초조한 진 몰라도 다변증이 국익을 해친 덴 간과하기가 어렵다. 그는 갈수록 말이 많아지는 증세가 심하다. 아울러 이런 저런 실언 또한 점점 많아진다. 이 총리의 다변은 가히 병적이란 생각을 갖게 한다.
/ 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