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공화국’

노무현 정권은 ‘위원회공화국’이다. 대통령 자문 국정과제위 소속 12개 위원회를 비롯해 정부 각 부처에 모두 350여개의 위원회가 있다. 행담도 개발 의혹에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이 연루된 위원회도 대통령 자문 국정과제위원회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또 말썽이다. 법무부가 분명히 반대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안’을 법무부와 협의를 거친 것처럼 의견을 조작해 법제처에 넘겼다는 것이다. 문제의 법안은 국정원도 국가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정부혁신위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위원회’는 정부의 정규 조직이 아니다. 정부조직은 어디까지나 ‘정부조직법’이 정하고 있는 내각의 각 부처다. 해괴한 것은 비정규조직인 ‘위원회’가 정규조직을 압도하고 있는 점이다. 정부 운영이 정부의 공조직에 의존하기 보단 사조직인 ‘위원회’에 의존하는 병리현상은 결코 정상적 국정운영이라 할 수 없다.

정부 부처에서 일을 하려면 시어머니들이 많아 어렵다는 소리가 들린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이렇다 저렇다 하는가 하면 무슨 ‘위원회’에서 또 걸고 넘어지기가 일쑤라는 것이다. 또 정부의 소관 사항을 해당 부처도 모르는 사이에 ‘위원회’에서 발표되기도 한다. 그래가지고 일이 잘되면 좋지만 잘 될리가 만무하다. 잘 안되면 정부 부처의 책임으로 떠넘기곤 한다는 것이다.

‘위원회’, 특히 대통령 자문 국정과제위는 일종의 비선 조직이다. 다양한 의견 수렴의 개방을 위한다는 게 ‘위원회’를 둔 명분이다. 그러나 의견 제시가 아닌 실무집행은 ‘위원회’의 한계를 일탈한다. 이런 한계 일탈의 배경은 또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천방지축이 되어서는 나라 모양새가 볼썽 사납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초 “국정 운영의 무게를 내각에 두겠다”고 했다. 지금 국정 운영의 무게가 내각에 있다고 볼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이 정권이 불행을 자초하는 덴 국무위원인 각 부처 장관을 ‘얼굴마담’으로 전락시키는 데도 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비선조직을 좋아해서 잘된 나라는 없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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