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가장 더웠던 지난달 31일 도내 지방의원 5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3회 경기도 시·군의회 의원체육대회가 열린 부천종합운동장은 부천SK 축구단이 1개월에 4차례 정도 홈경기를 벌이는, 아주 잘 꾸며진 잔디구장이다.
이들은 이날 4권역으로 나눠 축구와 족구, 달리기, 줄넘기 등으로 자웅을 겨뤘다. 어느 곳에선 노래방 기기와 각설이가 등장,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의원도 있었고 그늘을 찾아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는 의원도 눈에 띄었고 각설이가 신던 고무줄 달린 검정 고무신을 빼앗아 동심의 세계로 빠진 의원도 목격됐다. 깔끔하게 정돈된 잔디 위를 달리며 의원 500여명은 별다른 사고 없이 대회를 마쳤다.
많은 국민들에게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외유다. 하지만 의원들은 이날 부천종합운동장에서 흘린 땀을 그대로 바닥에 쏟았을 것이다.
부천종합운동장에는 골치 아픈 의안 대신 즐거움이 오갔다. 이를 비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루 정도 충분하게 쉬는 날이었으면 그만이다.
행사장에는 ‘지방 분권 추진으로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하자’, ‘지방자치가 바로 서야 민주주의가 꽃 피운다’ 등의 구호가 적힌 대형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이제 노무현 정부는 분권시대로 달려 가고 있다. 분권시대에 걸맞는 지방의원 모습은 스스로 갖춰야 한다.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정 재 현 기자 sk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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