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욕조

금은 예부터 부귀의 상징이었다. 화폐가치는 인플레이션으로 떨어져도 금은 제값을 지닌다. 이래서 전쟁이 나거나 시국이 어수선하면 금값이 치솟는다. 왕이 금관을 쓰고 귀족들이 금장식을 애용한 게 금의 이런 희소가치성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왕관은 아니어도 금붙이는 역시 귀물이다.

동방견문록은 이탈리아의 여행가 마르코 폴로가 아시아 여행담을 쓴 책이다. 1271년에서 1295년까지 24년간 중국 등지를 여행했다. 몽골에서는 한동안 정치에 간여하기도 했다. 그 무렵 중국은 몽골의 침입을 받아 원나라가 세워졌다. 수도는 지금의 베이징(北京)이지만 그땐 다도우(大都)라고 했다. 동방견문록은 원나라 황제가 있는 궁전은 기둥이 금으로 되어 있다고 썼다. 물론 과장된 얘기다. 그렇지만 이 과장된 얘기에 호기심을 갖게 되어 서구인들의 아시아 발길이 잦아지게 됐다.

1960년 4·19의거 때다. 대학생 등 시위 군중이 당시 ‘서대문경무대’(청와대)로 불렸던 이기붕 국회의장 집을 기습했다. 자유당 정권의 2인자였던 그들 내외는 물론 피신한 뒤다. “이기붕 집 수도꼭지는 금꼭지더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사실이 아닌 헛소문이었다.

황금수도꼭지가 아닌 황금욕조가 나왔다. 18금 37.5㎏을 들여 만든 황금욕조는 12억원짜리다. 일본 지바(千葉)현의 한 호텔에서 이런 황금욕조를 객실 세 곳에 설치했다. 황금욕조를 말하니까 아프리카 우간다 대통령 이디 아민이 생각난다. 1971년 쿠데타로 집권한 그는 79년까지 8년간 ‘잔혹통치’로 악명높았던 독재자다. 아민은 황금욕조를 쓰는 등 호사생활의 극치를 누렸다. 1979년 역시 쿠데타로 쫓겨나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다. 지난 2003년 8월 병사할 때 까지도 대통령 시절처럼 황금욕조는 안썼지만 호화생활을 했다.

황금욕조를 설치한 일본의 그 호텔은 손님이 원하면 황금 덩어리에 쌓여 목욕하는 장면을 사진 찍어준다고 한다. 이를테면 투숙객 유치상술로 황금욕조를 설치한 모양이다. 인간이 금에 갖는 매력을 이용해도 묘하게 이용한다는 생각이 든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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