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테러가 최근 몇년새 늘기는 했지만, 자살폭탄테러는 이슬람 교리와는 상관 없다. 역사상으로는 13세기 십자군 전쟁 때 이슬람을 침공한 유럽 성전기사단의 선박 자폭 공격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겠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2차 세계대전 때 특수제작된 비행기에 로켓탄 ‘오카’를 싣고 군함에 자폭 공격을 감행한 일본의 ‘가미카제(神風)’ 가 원조로 꼽힌다. 이후 일본 적군파 등에게 사용되다가 반이스라엘 무장단체 하마스와 지하드 등에 이르러 중동분쟁의 고질적인 이슈가 됐다. 스리랑카 반군 ‘타밀 엘람 호랑이’와 러시아 체첸공화국 분리독립운동세력도 자폭테러를 자주 사용해 왔다. 특히 2003년 미군에 점령된 이라크에서는 자폭테러가 대규모화·일상화됐다.
자폭테러가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는 순교자로 미화하는 종교적 동기부여와 신문과 방송에 대서특필되는 선전효과다. 하지만 여성과 어린이들을 동원한 자폭 공격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비극이다. 게릴라 집단의 전투 방식인 자살공격은 정부군과 정면 승부하면 밀릴 수 밖에 없다는 ‘무력 대비칭’과 그로 인한 좌절감, 패배감의 발로이지만 영웅심도 적지 않다. 그렇다해도 자폭테러범의 30~40%가 여성이고, 18세 이하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자폭테러에 동원되는 것은 비인간적이다.
2002년 팔레스타인에서는 12, 13, 14세 소년들로 구성된 자폭테러단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감행, 세계에 충격을 던져 주었다. 지난 2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휴전협정이 맺어지기 직전에도 15, 16세 소년들이 이스라엘 나블루스 부근 하와라에서 폭탄을 허리띠에 두르고 자폭테러를 일으켰다. 무장단체들은 투쟁전선의 ‘어린 순교자들’이라고 주장하지만, 문제는 어린이들이 자폭테러에 동원되는 줄도 모른 채 시한폭탄 운반을 지시받는 경우가 많다는 여론이다. 검문검색을 피하기 쉬운 여성이나 특히 어린이들을 이용하기 위해 군사 훈련을 시켜 자폭테러 현장에 보내면서 ‘어린 전사’라고 추켜 세우는 게 테러집단이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자폭 공격을 ‘최대의 헌신’이라 여기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21세기 ‘인류의 적’ 이다. 적은 소탕해야 한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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