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한 명칭 공모 심사기준

동양에 성명학이라는 학문이 있다.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반영하는 대목이다.

기업도 이름을 새로 지을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많은 예산을 투자한다. 이런 경향으로 자치단체도 각종 명칭을 선정할 때 공모 형식을 빌린다. 많은 주민들의 지혜를 모으자는 취지다.

지난달 말까지 부천시는 모두 3종류 이름 공모를 실시했다. 가장 성대한 공모전은 시립도서관 작품이었다. 원미구 중동과 오정구 여월동 등지에 새로 짓는 도서관 3곳에 대한 명칭을 공모했다. 주민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아름다운 한글식 이름이 쏟아졌고 덕분에 도서관 이름을 심사했던 위원들도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당선작과 우수작 등을 나열하면 주민들의 응모 수준이 보인다. 남부도서관은 최우수작이 ‘한울빛’, 우수작은 ‘자연누리’ 등이 선정됐고, 오정어린이도서관은 최우수작이 ‘꿈여울’, 우수작은 ‘큰나무’ 등이 뽑혔으며, 원미어린이도서관은 최우수작이 ‘책마루’, 우수작은 ‘우듬지’ 등으로 결정됐다.

부천시 공보실도 월간 ‘복사골신문’ 이름을 바꾸려고 명칭을 공모했지만 응모작을 심사하던 일부 심사위원들이 “당선작에 오를만한 수준의 작품이 없다”며 다시 공모하거나 기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는 중이다.

지난달초 부천시 여성복지과 여성정책팀은 원미1동 여성·청소년회관에 대한 명칭을 공모했으나 결과가 당혹스러웠다. 당선작으로 ‘부천여성청소년센터’, 우수작으로 ‘부천여성청소년회관’ 등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가칭으로 사용하던 명칭에서 회관을 센터로 바꾸고 다시 가칭에 부천만 바꾼 셈이다. 한 지붕 아래 부서 3곳이 명칭 응모를 벌인 결과가 이처럼 차이가 나는 까닭이 궁금할 따름이다.

/정 재 현 기자 sk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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