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주민 편의 뒷전인 공권력

부천시청은 요즘 경찰들이 지킨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경찰버스가 부천 지킴이다.

최근 주요 관공서 시위현장에 자주 등장하는 경비 방식이 이른바 ‘차벽’이다. 대형 경찰버스로 점거가 예상되는 청사를 에워 싸는 경비 방식이다. 차벽을 설치할 경우 시위대는 사실상 진입 불가 상태에 놓인다.

지난 2002년 12월 고 효순·미선양을 추모하는 광화문 촛불시위부터 등장한 이 방법은 경찰이 애용하는 경비 방식이다. 소수의 경찰력으로 많은 시위대를 상대하는데는 적절한 방식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최근 시청 인근에는 1주일에 1~2차례 정도로 1천여명 이상 시위대가 대형 집회를 열고 있다.

이럴 때마다 어김없이 차벽이 등장한다. 차벽용 경찰버스는 주정차가 금지된 횡단보도 점령도 모자라 인도도 막고 버틴다.

민원인들에 대한 안내도 없다. 더군다나 몇시간동안 시위현장에서 시동을 켠 채 공회전이 계속된다.

지난 11일 추모의 집 건립 반대를 요구하는 집회로 시청 정·후문에는 차벽이 또 설치됐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시동을 켠 채 공회전이 계속됐다. 오후 1시부터 시동을 켜고 에어컨을 튼 경찰버스에는 전·의경 모두 하차하고 운전을 담당하는 경찰관만 앉아 있었다.

경찰관 1명을 위해 주민들의 머리가 아플 정도의 매연이 쏟아진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현장이었다.

경찰이 떠난 후 시청 정문 바닥은 시커멓게 그을려 있다.

경찰버스의 오랜 공회전과 에어컨 때문이다. 자동차 1천만대가 하루 5분동안 공회전하면 연간 오염물질 6천136t이 배출되고 3천264억원이 낭비된다. 법을 수호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인 공권력의 상징 경찰 버스는 주민들의 편의를 무시해선 안된다.

/이 종 철 기자

jc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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