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에 시동을 건 등소평(鄧小平)은 해외에 나가있는 한족(漢族), 즉 화교(華僑)들의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골몰한다. 주로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역에 살면서 거대한 상권을 구축한 화교들을 어떻게 끌어들이냐가 중국의 경제발전에 절박한 과제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후 등소평은 동남아 지역 화교 대부분이 광동성 복건성 해남성 등 남부출신임을 고려해 심천과 주해 하문 등에 경제특구를 설치하고 화교들이 자기 고향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폈다. 그 결과 강한 결속력과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화교들은 이들 특구에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오늘날 중국이 세계의 경제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토양이 그때 마련된 셈이다.
중국의 고도성장을 분석할 때 빼놓을 수 없는게 화교자본의 역할이다. 지난 20여년간 화교자본은 중국 경제발전의 ‘실탄’이 됐다. 중국이 유치한 외국인직접투자(FDI)의 60% 가량을 이들이 투자한 것이다. 지난해말까지 중국의 외자기업 2만8천여개 중 1만6천500개가 홍콩 싱가포르 마카오 대만 등에서 투자한 회사다. 아시아 전체가 외환위기에 빠져 휘청거리던 1997년 당시 중국 경제만이 건재할 수 있었던 배경도 화교자본의 ‘뒷심’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화교자본의 실질적 주체는 화상(華商)으로 불리는 화교 상인들로 이들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미국, 유럽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로 어림잡아 2조달러(약 2천조원)에 이른다.
세계 화교인구는 140여개국에 약 5천500만명. 이들은 끈끈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범(汎)중화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 경제는 사실상 이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교는 동남아 인구의 10%에도 못미치지만 소속 국가에 따라 경제력의 50~90%를 장악하고 있다. 이민족인 화교가 한 나라의 경제를 쥐락 펴락 할만큼 위세를 발휘하고 있다.
중국에 화상이 있다면 우리에겐 한상(韓商)이 있다. 전세계 150여개국에 거주하고 있는 600만 재외동포들 중 제조업, 상업 및 무역, IT 및 벤처, 금융, 과학·기술, 법조 및 언론 등의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민족 경제인들이 바로 한상이다.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 조사에 의하면 2003년 기준 재외한인의 총 자산가치는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천200억달러에 달한다. 또한 재외한인은 우리나라 수출의 16%와 수입의 14%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경제의 기여도가 높다고 한다.
한상은 2000년대 들어 네트워크 구축을 확장·강화해가며 해외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자산을 모국 경제와 연결시켜 다방면에서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상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자본이야말로 국민소득 2만달러, 3만달러 시대 진입을 앞당기는 또 하나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렇듯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경제 서포터즈라 할 수 있는 한상과 화상이 오는 가을 국내에서 각각 대규모 국제비즈니스대회를 개최한다. 한상은 9월 13~15일 고양 킨텍스에서 제4회 세계한상대회를, 화상은 10월 9~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제8차 세계화상대회를 각각 열어 결집된 힘을 과시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특히 고양에서 개최되는 제4회 한상대회는 경기도가 2005 경기방문의 해를 맞아 막대한 공을 들여 유치한 대회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세계 40여개국에서 약 1천500명의 한상들이 참가해 무역·투자·해외취업설명회를 갖는다. 경기도내 기업들은 비용을 들이지않고 바이어나 다름없는 세계각지의 한상기업인들을 안방에서 만나 무역상담은 물론 사업파트너로서 다양한 협력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성큼 다가선 가을을 맞아 우리 기업들에게 새롭고 역동적인 비즈니스 계기가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문 병 대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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