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이순신’

영국 불멸의 제독 넬슨은 1793년 프랑스군과의 해전에서 오른 눈과 오른 팔을 잃었으나 퇴역하지 않았다. 1798년엔 마침내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함대를 전멸시켰다. 이어 무적을 자랑한 프랑스·에스파냐 연합함대를 트라팔가 앞바다에서 궤멸하면서 전사했다. 이 때가 1805년으로 나이는 47세다. 넬슨은 “웨스트민스터냐, 승리냐”는 말로 기함 빅토리호에서 진두 지휘했다. 용감히 싸우다 전사하여 국립묘지인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힐 각오로 승리를 쟁취하자는 뜻이었다. 그 자신은 승리를 쟁취하고 사원에 묻혔다.

이순신은 서양의 넬슨이고 넬슨은 동양의 이순신으로 평가 받는다. 지난 28일 104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KBS1-TV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 마지막 장면이 가벼운 논쟁이 됐다. 노량해전은 왜함을 궤멸시켜 임진왜란 7년을 마무리 지은 대첩이다. 이 전투에서 이순신은 “살려고 하면 죽고, 죽으려고 하면 산다”면서 몸소 독전함을 앞세워 진두 지휘했다. 드라마는 “저 바다는 내 피도 원한다”는 은유적 대사로 적의 유탄에 맞아 장렬히 전사한 이순신의 죽음을 자살로 암시했다. 1598년의 일로 이 때 나이가 53세다. 자신의 죽음으로 승리를 쟁취한 이순신은 충무공이라는 시호를 추서받았다.

그러나 이순신의 종군은 평탄한 것이 아니다. 조정의 모함으로 주리를 틀고 인두로 지지는 참혹한 고문을 당하고 한동안은 백의종군했다. 전세가 다시 위기에 처해 선조가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복직시킬 땐 “신의 배가 아직 열두 척이 있나이다”하는 비장한 다짐으로 전의를 불태웠다.

노량해전에서 죽음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은 독전은 전사를 자초한 자살로 비유할 수 있는 것은 드라마나 소설로서는 있을 수 있는 구성이다. 그러나 자살설은 무리한 추측으로 보아 전사로 보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국난을 맞아 일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나라를 구한 이순신은 불멸의 성웅이다.

KBS가 참으로 오랜만에 정통 대하사극의 수작을 만든 것은 마땅히 칭찬 받을만 하다. 이순신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영민씨(33)의 노고가 컸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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