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과 ‘나비’

‘주 방위군에 난동자·약탈자 사살권 부여’ ‘하천엔 시체 둥둥, 도심선 총격전’ ‘생존자 구하느라 시신수습 엄두도 못내’ ‘폭발·약탈·뉴올리언스시 시가전 방불’

본 지지대(8월31일자)에 ‘허리케인’ 제하로 보도한 뉴올리언스시 피해지역의 참사 속보가 한 마디로 지옥이다. 위에 예로 든 것은 중앙지들의 현지 특파원 보도 제목이다. CNN, BBC 등 텔레비전 보도 역시 참상을 연일 속보로 내보낸다.

도시의 80%를 파도가 덮쳐 바닷물에 할퀴고 씻긴 뉴올리언스시는 이재민이 수십 만명인 가운데 아직도 정확한 사망자를 파악지 못하고 있을만큼 모든 것이 엉망이다. 무법천지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 데도 질서가 무질서이다.

이런 와중에 지역차별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차별은 곧 인종차별이다. 뉴올리언스시엔 인구의 65%가 흑인이 살고 있다. 백인이 많이 살고 있었을 것 같으면 이토록 늑장 대응을 했겠느냐는 비난이 부시에게 쏠리는 모양이다. 이라크전 탓으로 재해대책 예산도 턱없이 모자라 미 언론의 공격을 거세게 당하는 것으로 전한다. ‘테러 막다가 허리케인에게 강타 당했다’는 말이 나왔다.

부시 행정부는 뒤늦게 육군·공군을 동원, 구호활동에 나섰으나 재해 수습은 진척이 더뎌 여전히 아비규환 속이다. 2천500여 명이 사는 교민사회의 점포 역시 많이 털리고 상당수의 교민은 아직껏 행방이 묘연해 외교통상부엔 문의 전화가 빗발친다. 이런 가운데 허리케인이 또 불어닥칠 가능성이 45%라는 예보로 엎친데다가 덮치지 않을까 하여 전전긍긍이다.

초대형 ‘나비’가 북상중이다. 2002년 태풍 ‘루사’와 맞먹는 규모다. 시속 17㎞의 속도로 올라오고 있는 ‘나비’는 내일 모레쯤 한국에 상륙할 것이라는 게 기상대 예보다. 많은 비를 동반하고 있어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게 된다. 대자연은 인간의 오만을 응징한다. 정부는 뉴올리언스시 참변에 인력과 지원금품을 보낸다. 남의 나라에 대한 구휼도 좋지만, 제 나라에 대한 대비를 더 잘 해야 할 줄로 안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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