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동조합농업기구(ICAO)는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분과기구로 1951년 설립됐다. 지난해 말 현재 세계 38개국 48개 농업 및 농업인 관련 협동조합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회원기관의 공통 관심분야 세미나 개최, 조사연구사업, 개발도상국 및 체제전환국의 농협운동 장려 등이 주요 활동이다.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그런데 지난 20일(현지 시각)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열린 ICAO 정기총회에서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이 만장일치로 ICAO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정 회장 개인의 영광일 뿐 아니라 한국 농협의 경사다. 현재 세계농업생산자연맹(IFAP)의 농협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정 회장이 ICAO 회장에 선출됨으로써 세계 협동조합 양대 기구의 주요 직책을 겸하는 막중한 위치에 올랐다.
이는 한국 농협이 세계 협동조합을 주도하는 핵심 국가로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됐음을 뜻한다. 또 성격과 지향점이 비슷한 양 기관을 한국 농협이 함께 운영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배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한국 농협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특히 중요한 것은 오는 12월 세계무역기구(WTO) 홍콩 각료회의 개최를 앞뒀다는 점이다. 농산물 수출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농업의 다목적 기능을 포함한 공정한 농산물 무역규범을 촉구하는 비정부기구(NGO) 연대활동에서 한국 농협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에서 식량 수입국인 한국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 전망이 유리해졌다.
세계무대에 한국 농협의 존재를 각인시킨 것은 큰 성과다. 한국 농협이 국제농업기구 회의를 잇따라 개최하는 원천이 돼 올 들어서만 지난 5월 세계농업생산자연맹 아시아위원회, 8월에는 동아시아농업기구(EAOC) 회장단 회의를 이미 주도했다. 내년에는 세계농업생산자연맹 서울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 농협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세계 농협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 또한 고무적이다.
정 회장은 “빈곤문제, 농촌고용 창출, 여성농업인 참여 확대, 청소년 농업후계자 양성을 비롯, 지구의 사막화, 수자원 부족, 온난화 등 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갖고 활동영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자못 기대가 크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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